《산이 품은 집》

14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산이 품은 집》

14화. 딸, 그리고 손녀

우리 부부 사이엔
아들과 딸,
두 아이가 있다.

아들은 든든하다.
어려서부터 책임감이 강했고
사과밭 일도, 집안일도
말없이 묵묵히 도와주는 그런 아이다.

든든하단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아들은 내가 바쁘면
밭에도 나가고
비닐도 걷고
시장도 다녀온다.
가끔은 내 일보다
아들 일 걱정을 내가 먼저 할 정도다.

**

딸은,
딸은 참…
말로 다 못 한다.

딸이란 존재는
낳을 땐 그냥 자식이었는데
자라면서는 친구가 되고,
결혼하고 나니,
마음을 다 주게 되는 사람이 되었다.

사위와 함께
주말마다 와서
밭을 거든다.
새벽부터 사과를 따고,
햇볕 속에서 정리하고,
말없이 짐 나르고,
그래도 한 번도 힘들다 내색 안 한다.

**

그런 딸이
어느 날 아이를 낳았다.
작은 얼굴,
쥐꼬리만 한 손,
가느다란 울음소리.

그 손녀를 품에 안았을 때
가슴이 이상했다.
숨이 막히는 것도 같고,
시간이 멈춘 것 같기도 했다.

**

그때 알았다.
이 아이가 내 전부가 되겠구나.

딸을 처음 안았던 기억이
순식간에 겹쳐지고,
딸의 딸을 보는 순간
세월이 도는 걸 느꼈다.

**

손녀는 참 신기하다.
아침에 웃으면
그날 하루가 다 환하고,
“할아버지~” 하고 달려오면
내 어깨가 펴진다.

어떤 날은
사과밭에도 같이 나선다.
작은 손으로 흙을 만지고,
양동이에 조그만 사과를 담는다.

그 모습 보면
그저 웃음이 난다.
‘이게 삶이지’ 싶다.
이 아이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건강하고 싶어진다.

**

내가 사는 이 마을,
이 땅, 이 나무, 이 바람,
그 전부를
손녀에게 물려주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예전보다 더 부지런해진다.
더 바르게 살고 싶고,
더 많이 가르쳐주고 싶다.

**

딸은 가끔
“아버지, 너무 애지중지하시면 곤란해요.”
하고 농을 던진다.

나는 그럴 때
입을 꾹 다물고 웃는다.

말은 안 해도
딸도 안다.
자기가 자랄 때 받았던 사랑이
이제 손녀에게 옮겨가고 있다는 걸.

**

세월이 빠르다.
내가 아버지의 산길을 따라다니던 그 나이,
이제는 내 손녀가
내 뒤를 따라 걷는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며
뒤를 돌아본다.
그 작은 걸음 하나하나가
내게는 삶의 선물이니까.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기억을 뀌메는 사람···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16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9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산이 품은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