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끝 일기

태양 아래 다짐은 무너지고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마루 끝 일기》

2025년 7월 29일 – 태양 아래 다짐은 무너지고

올해 여름, 제주도도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겁다.
제주의 여름을 몇 번이나 겪었건만,
오늘같이 등줄기에서 땀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날은 드물었다.

예초기를 두 군데나 구매했다.
하나는 괴산에, 하나는 제주에.
며칠 전 쿠팡에서 주문한 예초기는
나를 위한 농기구이자,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다.

남편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작은 변화 하나에도 마음이 스르륵 기운다.
하지만 밭일은 결국 내가 해야 했다.
남편은 몸이 살짝 아파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없다.
그가 안쓰러웠는지, 친하게 지내는 동네 형님께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

형님은 커다란 농약통을 들고 와서 말했다.
“예초기로는 한계가 있어, 제초제를 써야지.”
몇 년 전부터 나는 제초제 없이 밭을 가꾸겠다고 다짐했었다.
그 다짐이 오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스르르 무너졌다.

형님은 한쪽 밭에 제초제를 뿌려주고는
“다녀올 데가 있다”며 바쁘게 떠났다.
나는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 땀을 닦았다.
무너지는 다짐을 붙잡는 마음보다,
오늘 하루를 해내야겠다는 몸의 기억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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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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