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일기》

나의 이야기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왜 나는 제주와 괴산을 오가며 밭을 돌보는가

우리 형제자매들 중
시간이 제일 많은 나는 3년 전부터
조금씩, 내 삶의 속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동안 해오던 일들을 하나둘 줄이고
제주와 괴산에 흩어져 있던 땅들을 돌보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은 몇 해 전 뇌졸중으로 두 번의 시술을 받았다.
몸을 크게 다친 건 아니지만,
계절에 민감해지고
특히 겨울 추위를 몹시 힘들어했다.

“나는 나이 더 들면 제주에서 살고 싶어.”
그 말 한마디에
우리는 조용히 제주에 작은 집을 얻었다.
집이라고 해도 임시 거처,
한 달에 한두 번씩 오가는 정도지만
이제는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처음엔 나도 속으로 반항했다.
귀찮다고 느꼈고, 다른 데 가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제주와 괴산은 여행지가 아니었다.
돌보아야 할 땅이 있고, 기다리는 흙이 있는 곳.
내가 발 디딜 수 있는 두 번째 삶의 자리였다.

괴산은 온전히 나 혼자 돌본다.
남편은 추위를 싫어해서 같이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일주일에 한두 번, 왕복 다섯 시간을 운전해
언덕진 괴산 밭을 가만히 쓰다듬고 온다.

어디 멀리 떠나지 않아도,
삶은 늘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 놓는다.

이 《마루 끝 일기》는
그곳들에서 만난 나의 마음,
흙과 바람과 땀의 기록,
그리고 조금은 더 단단해진 하루를
차곡차곡 담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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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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