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태양보다 먼저 도착한 마음
《마루 끝 일기》 5화
태양보다 먼저 도착한 마음
2025년 7월 30일 (화) / 제주
아침 일찍,
서둘러 혼자 밭으로 향했다.
어제의 무더위가 꽤 지독했기에
오늘은 그렇게 맞고 싶지 않았다.
더위가 오기 전에,
해가 머리 위로 올라가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다짐했다.
한 시간 가까이 차를 몰아
표선 밭에 도착했다.
쉴 틈 없이 농약통에 제초제를 타서
전날 예초기로 깎아 둔
250평 가량의 밭에
재빨리 뿌려나갔다.
풀을 깎았을 땐 모양이 반듯해 보여도
며칠이면 다시 고개를 드는 게 풀이다.
고요한 듯 보이는 흙 아래선
여전히 치열한 생장이 반복된다.
그런 걸 몇 해 겪다 보면
때를 놓치지 않으려
늘 긴장하게 된다.
표선 밭 일을 끝내고
이번엔 삼달리 밭으로 차를 몰았다.
아직 9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벌써 해는 이글이글 뜨겁고,
차 안 에어컨도 버거운 기색이다.
삼달리 밭에 도착해
차를 그늘에 세워두고
예초기를 조립하려는 순간,
기계가 부르르 떨기 시작한다.
한눈에도 정상이 아니다.
‘수리센터에 가야 하나…’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했다.
오늘은 예초는 건너뛰기로.
예초기 상태도 문제지만,
덥고 지치는 몸이 먼저였다.
가져온 빈 물통에
물부터 가득가득 채웠다.
제초제만 간단히 뿌려두고,
어린 귤나무 하나하나에
정성껏 물을 주고 철수했다.
다시 표선 밭으로 돌아왔다.
퀴위밭에 비료를 흩뿌리고,
고구마, 호박, 수박이 자라는 화분에도
차례차례 물을 뿌렸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눈을 부릅뜨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어제 형님이 제초제를 뿌려준
표선리 밭에도 다시 들렀다.
어린 묘목들에게도
비료와 물을 챙겨주고 나니
이제야 오늘의 밭일이 마무리됐다.
표선 해수욕장 근처,
공용 샤워장에서 얼른 땀을 씻어냈다.
샤워기를 틀자마자
온몸에 닿는 물줄기에서
오늘 하루의 열기가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막 11시가 넘은 시간,
태양은 여전히 마을을 태울 기세지만
어제 그 무더위에 비하면
오늘은 천국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인 덕에
오늘은 태양보다 먼저
일을 끝낼 수 있었다는 뿌듯함.
어떤 날은
그 한 줄로 하루가 버틸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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