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지하 스튜디오의 하루, 그리고 아들의 성장
마루 끝 일기 8화
지하 스튜디오의 하루, 그리고 아들의 성장
2025년 7월 31일
결국 예상했던 그 전화가 왔다.
"미안한데 엄마, 매장 좀 정리 같이 해줄 수 있어요?"
당연하지.
사실은 기다리고 있었지.
언제쯤 나를 부를까, 하는 마음으로.
성수동에 있는 막내의 스튜디오.
지하 한편, 조용히 내려가 보니
커다란 쓰레기봉투가 네 개.
이틀간 쉼 없이 진행된 촬영의 흔적들이
이 구석, 저 구석에 남아 있었다.
마치 많은 사람들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듯한
그 묘한 어수선함.
혼자 그 사람들을 감당하느라
고생했을 막내가 대견하고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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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부터 다시 시작했다.
플라스틱과 종이, 음식물까지
조금 더 깔끔하게 정리해두고 나니
지하의 공기가 다시 조금 맑아졌다.
잠시 뒤,
막내의 친한 형이 스튜디오에 들렀다.
이틀간 함께 일했던 동료였고,
그는 고생한 아들을 위로하러 온 것이었다.
아들은
의상학과 졸업 작품 사진을 찍느라
새벽부터 오후 5시까지
단 한순간도 앉지 못하고
셔터를 눌렀다 한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작품이란 건
때론 작품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가장 값지고도 짧은 청춘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걸 기록해 주는 역할을
내 아들이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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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요즘
생계를 위해서도 사진을 찍는다.
프로필 촬영, 개인 화보, 기업 프로모션.
어떤 날은 결혼식도 찍고,
어떤 날은 가족사진도 찍는다.
작품사진을 찍고 싶다던 아이가
현실과 타협해
카메라를 놓지 않기 위해
“필요한 사진”들을 찍어낸다.
이 모습이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감당해야 할 일' 사이에서
무너지지 않고 균형을 잡아가려는 마음.
엄마는 그 마음을 안다.
그리고 누구보다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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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조용히 아들의 뒤를 정리하고
그를 한 번 안아줄 마음으로
스튜디오를 나섰다.
아무 말 안 해도
눈빛만 봐도 알 것 같은
부모와 자식 사이.
그건 함께 시간을 버티며
얻어낸 유일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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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서는 다시 괴산으로 향하는 제 일상을 나눌 예정이에요.
서울과 제주, 괴산을 오가는 삶 속에서
가족이라는 작은 세계를 어떻게 지켜내는지,
함께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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