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끝일기 15화

「빗속의 귀가」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마루끝일기 15화

「빗속의 귀가」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와이퍼가 쉴 새 없이 창을 쓸어내리고, 내 마음도 그 비에 씻기는 듯하다.
막혀 있던 가슴이 조금씩 풀어지고, 잔잔한 안도감이 몰려온다.

차창 밖 풍경은 자꾸 뒤로 흘러가고, 나는 다시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한다.
조금 전까지 흙을 밟고, 햇빛을 이마에 받아내며, 손으로 직접 길러낸 수박과 단호박을 수확했던 시간이 마치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운전 중엔 라디오를 잘 듣지 않지만, 오늘은 왠지 익숙한 경제 뉴스를 틀었다.
이어폰으로 조용히 흘러들어오는 숫자와 지표, 환율과 물가 이야기가
오늘 내가 밭에서 따온 작물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래도 지금, 나의 삶은 그 현실과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비 내리는 고속도로 위,
나는 오늘 하루를 뒤돌아보며
이제야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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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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