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봄에 들어왔을 때〉

제5화 ― “머뭇거리는 답장”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제5화 ― “머뭇거리는 답장”

은별은 집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외할머니가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며 물었다.

“은별아, 어디 갔다 왔냐? 얼굴이 왜 그렇게 벌개?”

“아… 그냥 친구 만나고 왔어. 조금 늦었네.”

“술은 안 마셨지?”

은별은 대답 대신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방문을 닫았다.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 술이 다 깼음에도 여전히 머리는 무거웠다. 하지만 그보다 무겁게 내려앉은 건, 마음이었다.


휴대폰 화면엔 윤호가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

괜찮아?


짧은 한 줄.

그 말이 은별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


은별은 스무 살, 169cm의 큰 키에 살짝 통통한 체형. 백옥처럼 하얀 피부와 날카로운 눈매 덕분에 어디서든 존재감이 뚜렷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속은 쉽게 흔들리고, 상처받은 기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아버지의 불륜으로 부모님이 이혼하기 전까진 평범한 집안의 무남독녀 딸이었다.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이혼 후, 모든 게 달라졌다. 아버지의 친가에선 늘 ‘불편한 존재’로 취급당했고, 결국 외할머니 집으로 오게 되었다.


외할머니는 올곧고 강단 있는 분이었다.

“사람은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네가 누군지 잊지 마라.”

그 말씀은 은별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했지만, 때론 짐처럼 느껴졌다. 늘 강해야만 할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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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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