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봄에 들어왔을 때〉

제6화 ― “좁은 집, 무거운 마음”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제6화 ― “좁은 집, 무거운 마음”

은별이 사는 곳은 오래된 임대아파트였다. 회색빛 벽에 곳곳이 갈라진 균열, 낡은 철제 난간. 집 안은 늘 정리돼 있었지만, 어디서든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풍겼다.

외할머니는 늘 엄격했다.
“은별아, 숙제는 다 했어? 또 방에서 뒹굴면 뺨을 후려친다.”
말은 거칠었지만, 그 속엔 걱정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은별은 대꾸하지 않고 방문을 닫았다. 방문 하나 사이로 끊임없는 긴장이 흘렀다.
그녀는 외할머니의 사랑을 알면서도, 그 방식이 너무 버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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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부모님의 이혼 이후, 은별은 외할머니 집으로 오게 되었다. 아버지는 불륜으로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곧 재혼했다. 두 사람 다 은별을 지켜줄 수 없었다.

외할머니는 단호했다.
“네 엄마, 아빠 다 필요 없어. 내가 키운다. 너만 내 옆에 붙어 있어라.”

그 말이 처음엔 든든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족쇄처럼 느껴졌다.
할머니는 은별을 사랑했지만, 동시에 의심했다.
늦게 들어오면 “남자 만나고 온 거냐?”라며 호통을 쳤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은별은 그럴 때마다 벽이 점점 두꺼워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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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도 마찬가지였다.
윤호와의 약속 메시지를 받은 뒤, 은별은 혼자 방 안에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다.

“뭐가 그렇게 좋아? 또 남자 새끼랑 카톡 하냐?”
외할머니의 눈빛은 매서웠다.
“아니에요, 그냥 친구랑 얘기하는 거예요.”
“친구가 어딨어, 너 같은 게! 공부나 해. 딴짓거리 하면 확 호적 파버린다.”

욕까지 섞인 말투에 은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할머니, 왜 맨날 그렇게 말해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네가 똑바로 해야 내가 안심하지!”
“저도 숨 좀 쉬고 싶다고요!”

말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곧 후회가 밀려왔다. 외할머니의 얼굴이 순간 상처받은 듯 일그러졌기 때문이다.

“야, 이 년아…”
외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하고 돌아섰다. 부엌 쪽에서 들려오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괜히 크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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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별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왜 다들 나를 붙잡고 옥죄는 걸까.’
답답한 공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때 윤호에게서 메시지가 또 왔다.
“주말에 내가 밥 살게. 네가 좋아하는 거 먹자.”

은별은 휴대폰을 꼭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옆 방에서는 외할머니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왠지 모르게 쓸쓸했다. 은별은 그 쓸쓸함마저 자신 탓처럼 느껴졌다.

‘미워도… 결국 나밖에 없으니까.’

눈물이 맺혔지만, 은별은 닦아냈다.
그리고 답장을 짧게 보냈다.
“좋아요. 밥은 제가 고를게요.”

그 순간만큼은, 임대아파트의 좁은 방이 아니라 넓은 세상 어딘가로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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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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