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봄에 들어왔을 때〉

제9화 ― “원룸, 불꽃이 된 우리”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제9화 ― “원룸, 불꽃이 된 우리”

주말이 끝날 때마다 반복되는 아쉬움은 둘 모두를 지치게 했다.
“이럴 바엔 차라리 같이 살면 안 돼?”
은별이 툭 던지듯 말했지만, 그 말에는 농담이 섞이지 않았다.

윤호는 잠시 눈을 피하다가 은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나도 그 생각, 하루에도 열 번은 해. 근데… 너 할머니는 뭐라 하실까?”

은별은 쓴웃음을 지었다.
“할머니야 당연히 펄펄 뛰시겠지. 하지만… 난 네 옆에 있고 싶어. 하루만이라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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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의 원룸은 작은 공간이었다. 책상 하나, 이층 침대 하나, 낡은 전기포트와 작은 전자레인지가 전부였다. 하지만 은별의 눈엔 그 어떤 호텔보다 아늑하게 보였다.

그날, 은별은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할머니, 오늘 미술학원에서 늦게까지 과제해야 돼서 학원 친구랑 같이 있을 거야.”

그리고는 가방 하나를 둘러메고 두 시간 거리를 달려 윤호의 원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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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방 안에서 둘은 마주 섰다. 은별은 가방을 내려놓고 어색하게 웃었다.
“이상하지? 그냥… 네 옆에서 자고 싶었어.”
윤호는 대답 대신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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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TV 소리를 켜 두고 공부를 하려 했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책에 머물지 못했다. 은별의 백옥 같은 피부, 윤호의 깊은 눈매가 서로를 자꾸만 불러냈다.

“너, 나 너무 좋아하지?”
은별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윤호는 웃으며 대답했다.
“응. 네가 있어서 숨 쉬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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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불처럼 확인했다. 작은 원룸이었지만, 마치 세상에서 둘만 존재하는 듯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창밖에 여명이 밝아오기 전까지 두 사람은 단 한순간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은별은 숨을 고르며 속삭였다.
“나, 이제 네 옆에서만 살고 싶어.”
윤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대답했다.
“나도. 언젠가 우리가 진짜 같이 살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땐 매일이 오늘 같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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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자 현실은 다시 문을 두드렸다. 은별은 몰래 택시를 타고 외할머니 댁으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는 길,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이제 되돌아갈 수 없어. 윤호 없는 삶은 상상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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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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