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봄에 들어왔을 때〉

제10화 ― “사랑과 현실의 무게”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제10화 ― “사랑과 현실의 무게”

은별은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두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윤호를 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학교와 알바를 버텨내야 하는 현실.

유명 애니메이션 특화 대학에 입학했다는 건 은별에게 자부심이었지만 동시에 압박이기도 했다.
“너는 이제 달라져야 해. 너한텐 기회가 왔어.”
입학 전날, 외할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엄격함과 애정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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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별은 주 4일 학원 아르바이트를 했다. 미술 입시생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는데, 한때 자신도 같은 위치에 있었기에 그들의 눈빛과 불안이 익숙했다.

“선생님, 이거 이렇게 그리면 되나요?”
고등학생 제자가 연필을 쥔 채 묻자, 은별은 살짝 웃으며 손을 잡아주었다.
“선을 좀 더 과감하게 써봐. 그림은 결국 네 마음이야.”

아이들이 은별을 따랐다. 대학 1학년이지만, 그만큼 그림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난 뒤 학원에서 나올 때면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루에 수업과 과제, 그리고 알바까지 이어지니 체력이 바닥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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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면 문득 윤호가 떠올랐다.
‘지금쯤 원룸에서 그림 그리다가 나 생각하고 있을까?’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동시에 서늘한 바람처럼 현실이 스며들었다.
윤호 역시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꿈을 좇고 있었지만, 그 과정은 고단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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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되어 윤호가 서울 본가에 올라왔다. 두 사람은 겨우 하루, 길어야 이틀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나 진짜 매일 보고 싶어.”
은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호는 은별의 손을 꼭 잡았다.
“나도.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지. 언젠간 우리가 진짜 매일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하지만 은별의 눈빛은 흔들렸다.
“윤호야, 우리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솔직히… 나 알바 네 번 뛰면서 학교 다니는 것도 벅차. 그래도 네가 있어서 버티는 거야.”

윤호는 가슴이 저려왔다.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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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은별은 윤호의 원룸에 내려가 잠시 머물렀다. 책상 위에는 어둡고 강렬한 윤호의 그림들이 펼쳐져 있었다. 세상을 향한 분노와 슬픔이 섞인 듯한 그림들. 은별은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 그림은… 이상하게 나를 울려. 근데 동시에 힘이 돼.”
윤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낮게 속삭였다.
“너 없으면 난 그림 못 그릴 거야. 내가 버틸 수 있는 이유도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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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함께한 그 시간조차, 은별은 결국 마지막 버스를 타고 돌아가야 했다. 창밖 어둠 속에서 그녀는 윤호에게서 느낀 따뜻함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나는 지금, 꿈과 사랑 둘 다를 붙잡고 싶다. 근데… 그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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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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