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그가 보여준 세계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11화 – 그가 보여준 세계

그는 나를 자주,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유명한 사람들과의 모임.
정치와 경제, 언론에서 자주 보던 얼굴들.
TV 속에서만 보이던 이들이
그의 휴대폰 속에, 그의 식사 자리에서
너무도 편안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처음엔 낯설고 어색해서
말 한마디 하기조차 조심스러웠지만
그는 늘 내 옆에서 부드럽게 분위기를 풀어줬다.

“이 친구, 내 후배야.”
“성실하고 착해. 내가 아끼는 사람이에요.”

그의 말은 언제나
나를 소개하는 가장 따뜻한 방식이었다.
나는 그 말만으로도
그 자리에 있어도 된다고 허락받은 듯해
조금은 편해졌다.

그가 나를 데리고 다니는 이유.
그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인지,
아니면 내가 불편할까 봐 곁에 두는 건지
그때의 나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그와 함께하면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지는 듯했고
그의 세계 속에서
나도 한 발 더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내가 어색해할 때면
몰래 다독이듯 손등을 스치고,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도
내가 지치지 않게 옆에서 계속 웃음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그는 종종 이런 말을 했다.

“넌 예의도 바르고, 마음도 따뜻해서
사람들이 다 좋아할 거야. 내가 괜히 데리고 다니는 거 아니야.”

그 말 한마디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고
그를 더 믿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던 그 화려한 세계가
언젠가 그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불안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그의 옆에 있을 때마다
나는 빛나는 세계에 초대받은 것처럼 설렜지만,
동시에 어쩐지
그가 너무 멀어지는 것만 같은 이상한 감정도
조용히 돋아났다.

그때의 나는
그 불안을 애써 외면하며
그저 그와 함께 있는 지금만을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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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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