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처음이어서 더 아픈 사랑


미화는 이제야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껏 사랑이라는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함께하자는 말도,
평생을 나누자는 약속도
인생의 여러 갈림길에서 수없이 건네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미화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도,
성실하다는 걸 알아도,
안정적이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어도—
가슴이 반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화를 노처녀라 불렀고,
미화 스스로도 어느 순간부터
사랑보다는 혼자가 익숙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달랐다.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의 손이 스쳤을 때부터,
그의 웃음이 미화를 향해 열릴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머리가 아니라, 이성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그래서 더 아팠다.
이 사랑이 미화의 첫사랑이기 때문에.

처음이라서 서툴렀고,
처음이라서 기다렸고,
처음이라서 참았고,
처음이라서 의심하면서도
끝내 믿어버렸다.

사랑이란 건
이렇게 한 사람에게만
전부를 쏟아붓는 감정이라는 걸
미화는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았다.

그래서 그는
다른 어떤 사람보다
미화의 마음을 깊이 파고들었고,
다른 어떤 사람보다
미화를 취약하게 만들었다.

그가 멀어지는 날이면
미화는 자신을 더 탓했다.
왜 이렇게 사랑을 몰랐을까.
왜 이제야 이런 감정을 알아버렸을까.

누군가는 말했을 것이다.
“그 나이에 왜 그렇게 순진해?”
하지만 미화는 알고 있었다.

순진했던 게 아니라—
처음이었을 뿐이라는 걸.

처음 누군가를 기다려본 것도,
처음 누군가의 부재에 가슴이 저려온 것도,
처음 누군가의 연락 하나에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는 것도.

그래서 이 사랑은
달콤한 만큼 잔인했고,
행복한 만큼 잔혹했다.

미화는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가 오면 웃고,
그가 멀어지면 무너지는 자신을 알면서도.

이 사랑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면서도,
지금의 미화는
다른 선택을 할 줄 몰랐다.

왜냐하면—
미화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은
평생을 통틀어
이 사람 하나뿐이었으니까.

그래서
이 사랑은
끝나기 전부터
이미 가슴이 아픈 사랑이었다.


14화 예고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사랑인지, 불안인지
구분되지 않기 시작했다.

헌신으로 가득 찬 그의 얼굴 뒤에
내가 닿지 못하는 시간들이
점점 또렷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사랑을 처음 배운 나는
의심하는 법도,
물어보는 법도 몰라
그저 더 깊이 그에게 잠겨간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가장 약한 순간에
진실을 데려온다.

그가 없는 시간 속에서
미화의 마음이 처음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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