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에서 사라진 것들
장가계, 둘째 날 — 시야에서 사라진 것들
사랑은
하루 만에 깊어지는 게 아니라
순식간에
발을 헛디디듯
빠져드는 거라는 걸
미화는 그날 알았다.
장가계의 둘째 날,
산은 더 가까웠고
안개는 더 짙었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둘은
다른 일행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서로에게만
집중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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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릴 때도,
전망대에 오를 때도
미화의 손은
늘 그의 손 안에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날 때
그는 자연스럽게
미화를 앞으로 세웠고,
미화는
그의 뒤에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든든했다.
가이드는
앞에서 설명을 이어갔지만
그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풍경도,
사진도,
기념품 가게도
모두 배경이 되었다.
중심에는
그와 미화뿐이었다.
---
그는
미화의 표정을
유난히 자주 살폈다.
조금만 숨이 가빠져도
걸음을 멈췄고,
미화가 멍해지면
장난스러운 말로
다시 끌어올렸다.
“우리,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
그 말에
미화는
웃으면서도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이렇게
서로에게 몰입한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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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일행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사진을 찍는다며,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핑계는 사소했고
이탈은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안개 낀 산길 위에서
둘만 남은 것처럼.
---
미화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속삭였다.
“여기 오길 잘한 것 같아.”
그는
대답 대신
미화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 손의 온기가
확실해서
미화는
의심을 떠올릴 틈이 없었다.
지금 이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을
의심하는 일은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으니까.
---
그날 오후,
둘은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버스로 돌아왔다.
가이드의 눈총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사십 대 후반의 사랑은
몰래 하는 연애가 아니라
세상에서
둘만 남는 방식으로
깊어지고 있었다.
---
둘째 날 밤,
호텔 방에서
미화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빠져도 되는 걸까.
그러나
그 질문은
곧
그의 품 안에서
흐려졌다.
사랑은
경고를 울리지만,
사람은
그 경고를
행복으로 오해한다.
그날의 장가계는
너무 아름다워서—
미화는
의심을 볼 수 없었다.
아니,
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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