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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Jan 20. 2022

36_소소하게 그리운 것들

거기서만 가능했던..

1. 캐나다의 자연

요즘 같은 겨울날이면 캐나다의 겨울이 생각나곤 한다. 특히 날 좋은 겨울날 차갑지만 맑은 공기 속에 눈 덮인 산을 보며 달리던 드라이브가 생각나곤 한다.


소독차 지나간 거 아님.. 가끔씩 이렇게 안개가 끼곤 하는데 그날은 날씨가 엄청 좋았다


캐나다의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식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도 ‘자연’을 꼽을 것 같다. 자연 친화적인 환경 말이다. 집 발코니에서 밖을 내다보면 집보다 나무가 더 많이 보이곤 했다. 하도 푸르른 곳이 많다 보니, 그곳에서 친하게 지낸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안경을 쓰다가 캐나다 이민 와서는 시력이 좋아져 안경을 안 쓰게 되었다는 말도 들었다. (초록색을 많이 보면 시력이 좋아진다는 설이 있다더니)


그런 환경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마주치는 일이 많았다. 동네에서는 개나 고양이보다 청설모를 더 자주 보곤 했다. 가끔 라쿤을 보기도 하고.. 밤에 주택가를 운전할 때는 갑자기 눈앞에 사슴이 지나가서 멈춰 기다려주기도 했다. 우리는 아파트에 살았기에 딱히 곰을 마주칠 일은 없었지만 주택가에 사는 사람들은 곰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러 와서 마주치는 일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렌지 먹은 날은 쓰레기차 오는 날까지 일부러 버리지 않고 집안에 두기도 한단다. 곰이 오렌지를 좋아해서 냄새 맡고 온다고..


왼쪽은 다람쥐(chipmunk), 오른쪽은 청설모


여름도 환상이지만, 그 쨍한 공기와 늘 눈 덮인 산 때문에 캐나다의 겨울이 가끔 그립다.




2. 캐나다에서의 소확행

나는 캐나다에 가기 전까지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별로 쉰 적이 없어서 그런지 캐나다에서는 집순이가 되었다. 집에 있으며 밀린 한국 TV 프로그램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가끔 뜨개질을 하는 등 한가로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좋았다. 한국 엄마들이 “맨날 집에서 뭐해?” 하면서 놀리곤 했다.


울 딸이 그린 집에서의 내 모습 ㅎㅎ



아이와 함께 카메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읽는 재미도 아주 쏠쏠했는데, 우리말 소설책은 있는 대로 다 빌려 읽었고, 원서로는 주로 추리소설을 빌려 읽었다(내가 추리소설 광팬이다). 우연히 빌려 읽었다가 닝 만켈이라는 추리소설 작가의 팬이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스웨덴의 국민 추리소설 작가로 불릴 만큼 유명한 작가였다.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가볍고 자극적이기만 한 소설은 안 좋아하는데, 이 사람의 소설은 고전적인 문학작품 같았다. 언젠가 닝 만켈의 발자취를 따라 스웨덴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또 하나 생긴 시점이다.   


매주 일요일 저녁 5시쯤에는 딸아이와 함께 컴퓨터로 런닝맨을 보는 것이 즐거운 루틴이었다. 항상 팝콘을 튀기고 캐나다 드라이(진저에일 탄산음료)를 가져다 놓고 컴퓨터를 트는 그 시간이 우리 모녀의 큰 즐거움이었다.


그렇다고 집콕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소소하게(소소한 거 맞나? ㅎㅎ) 쇼핑을 다니는 재미도 아주 컸다. 캐나다는 마트의 나라인가 싶게 마트도 많았고, 쇼핑몰도 많았다. 우리 집 앞이 쇼핑 단지였지만 그 외에도 여기저기 다양한 마트들을 다니고, 중고물품 가게나 달러샵을 뒤지는 재미도 쏠쏠했고, 가끔 메트로타운 같은 거대한 쇼핑몰을 구경 가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쇼핑도 소확행 중 하나였다.




3. 그리운 사람들

우리는 운 좋게도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국 이민자나 유학 또는 주재원으로 온 사람들, 학원 선생님들, 학원에서 만나 친해진 다른 학교 학부형들, 기타 여기저기서 알게 된 인연들..


딸아이는 절친이었던 캐내디언 친구들을 인스타를 통해 만났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모습은 성숙해져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서로를 기억하며 반가워하고 기뻐했다고 한다. 대학 들어가면 캐나다 가서 만나기로 했다고.. 


딸아이의 BFF(Best Friend Forever)였던 아이와 즐거웠던 추억



내가 가장 그리운 사람은 안젤라네 가족.. 우리 아이와 영어 이름이 같았던 또 다른 안젤라네(둘다 세례명).. 그때 당시 이민 오신지 2년 정도 된 집이었는데, 우리 아이보다 2살 위 언니였던 안젤라와 우리 만수는 gymnastics도 같이 다니고 2년 동안 친한 언니 동생으로 잘 지냈다. 무엇보다 내가 안젤라 엄마를 많이 의지하며 친하게 지냈고, 친정 언니 같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어 지금까지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캐나다에 다시 가면 이사 갔다는 집도 가보고 싶고 개업하셨다는 카페도 꼭 가볼 생각이다. 부디 사업 잘 되시길.. 


두 안젤라들_gymnastics 수료증 받던 날들



특히나 안젤라네 아빠의 치즈케이크는 지금도 가끔 너무나 그리운 맛이다. 프랑스에서 유학하신 파티쉐셨는데, 가끔 우리가 재료비만 드리면 집에서 직접 치즈케이크를 구워주시곤 했다. 단언컨대 우리는 그보다 더 맛있는 치즈케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다. 한국에 돌아와서 비슷한 맛의 치즈케이크를 찾아 삼만리 했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는… 캐나다 가면 그 치즈케이크를 다시 부탁해볼 수 있으려나 ㅎㅎ




그리고, HJ네, 제시카네.. 특히 우리가 초기에 캐나다 생활에 정착하는 데 아주 큰 도움들을 주었던 사람들.. 역시 그립고 보고 싶다. 우리 만수가 특히 너무나 예뻐했던 HJ의 아기 동생 JJ가 얼마나 컸을지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다.


 


그 외에도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이 좋은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더더욱 캐나다를 못 잊고 지내는 모양이다. 다시 가게 되면 이 사람들 만나는 계획부터 세워야지 생각하고 있다. 다들 그대로이길 그리고 우리를 기억하고 있길 바라본다.


다시 가서 살 수 없는 그 공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지금보다 젊은 그때 내 나이와 어린 우리 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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