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가 갑
입 짧은 아들은 먹고 싶은 걸 먼저 말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해달라고 하는 요리가 '쌈닭'이다. 쌈장을 넣고 닭볶음탕처럼 끓인 건데 우리끼리 부르는 이름이 '쌈닭'이다. 아들이 쌈장을 너무 좋아해서 이걸로 닭요리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쌈장 닭'으로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누군가가 레시피를 올려놨다. 레시피를 따라 했다기 손에 붙으면서는 대충 내 맘대로 가감하게 되었다. 워낙 간단하고 실패할 요소가 적어서 내 요리법엔 레시피랄 게 없다.
쌈닭
닭볶음탕용 닭 한 팩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시판 쌈장을 두 숟가락 정도 듬뿍 넣는다. 간 마늘도 한 스푼 정도. 설탕도 반 스푼? 조금 맵게 하고 싶으면 고추장 추가. 국물 간을 봐가며 입맛에 맞게 더 넣거나 빼며 푹 끓인다. 시판 쌈장마다 맛이 달라 보조 양념의 가감하는 정도도 달라진다. 닭은 미리 한 번 데치면 더 좋고, 감자, 파, 양파, 당근 등을 넣어도 좋다. 감자를 넣어 국물에 전분기가 걸쭉하게 돌면 밥 비벼먹기도 적당하다. 아들이 캬~ 하며 먹어주는, 다른 반찬도 필요 없는 간단하고 고마운 메뉴다.
한동안 닭요리는 쌈닭이 메인이었다가 최근 집 근처에 닭고기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생겨서 닭가슴살로 다양한 요리를 해 먹게 되었다. 닭가슴살이 100g에 600원 선이어서 가성비로는 다른 고기와 비교가 안 되는 데다가 응용할 요리도 많다.
일단 닭가슴살은 약한 불로 끓여야 부드럽다. 과거에 자주 보던 요리사 블로그에서 배운 것.
냄새 없앨 겸 월계수 잎을 넣어 끓이자.
그리고 고기를 꺼내어 식혔다가 자르거나 잘게 찢어 국물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 둔다. 요걸로 닭고기 수프, 토르티야 랩, 치킨 스파게티, 장조림을 만든다.
닭고기 수프
가슴살을 삶은 국물에 잘게 자른 당근, 양파, 샐러리(샐러리는 필수!)를 넣어 끓인다. 소금, 후추, 찢어놓은 닭가슴살 넣으면 완성. 마카로니면을 삶아 넣으면 겨울 아침에 먹기 좋은 따끈한 닭고기 수프.
토르티야 랩
보관해 놓은 닭가슴살을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로 버무리고 야채 넣어 토르티야 랩에 말면 끝.
치킨 스파게티
간단하게 시판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와 볶아먹어도 좋지만 올리브 오일 베이스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올리브 오일 + 마늘 + 멸치액젓을 넣어 볶다가 닭가슴살을 추가한다. 멸치액젓 등은 약간 볶아줘야 맛나다고 어디선가 봤기에... 스파게티 면 끓일 때 면수는 따로 꼭 덜어놔야 한다. 면 볶을 때 물기가 부족하면 추가.
장조림
보관해 놓은 닭가슴살을 처치해야 할 때 장조림으로 만든다. 사실 밑반찬은 손이 잘 안 가지만, 이렇게 해 놓으면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나중에 치킨 스파게티에 그냥 넣어도 된다. 장조림 소스는 입맛대로. 빨리 스며들게 하는 팁은 한 번에 졸이려 하지 말고, 볶다가 불 끄고 좀 식히며 다른 걸 하다가 다시 볶는 반복이다. 이건 시어머니의 팁. "왜 그런 거예요?"하고 물으니 "몰라~ 그냥 그런 것 같더라."는 대답을 하셨다. 화학을 전공하셔서 뭔가 근거가 있는 줄! 그런데 진짜 이렇게 하면 불 앞에 서 있는 시간도 줄고 색이 더 진해지는 것 같다.
이외에도 닭가슴살은 카레에 넣어도 되고, 심지어 친구는 미역국을 끓여도 맛나다고 한다. 수프를 끓여보면 소금을 넣지 않아도 기본 육수가 맛있어서 신기하다. 싸고 맛있고 단백질도 풍부하니 참 고마운 재료!
또 어떤 '간단한' 닭가슴살 요리법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