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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이나 인생이나 거기서 거기지
03화
둘이 있으니 더 행복해 졌다
마음을 넓게 쓰면 행복해 진다는 것을 고양이들에게 배운다
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Jun 24. 2023
때때로 남들이 나보다 잘 하는 것이 있을 때 내가 보잘 것 없이 느껴져서 시기와 질투라는 것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 오르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어김없이 스스로가 의기소침해 졌거나, 하고 있던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구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런 감정은 올라왔다 내려갔다 한다.
처음 "흑미"를 입양하면서 첫째인 스코티쉬폴드인 "온이"가 그런 마음이 들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 온인에 대한 사랑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그저 혼자있는 온이가 너무 외로워 보였기고 고양이로 인한 행복이 더 커지길 원했다.
온이는 귀여운 얼굴에 얌전한 성격이지만 절대 나와 함께 침대에 누워주거나 무릎에 올라와 주는 일이 없다.
우리 온이의 그런 성격은 강아지의 "치댐?"에 지쳐있던 나에게 새로운 감정을 심어줬다.
그래서 고양이는 좀더 독립적이고 개인적이라는 통상적인 성격이 더욱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때때로 보이는 지루함이 섞인 온이의 표정때문에 온이의 다른 얼굴을 보고자 하는 욕심을 섞어 "흑미"를 데려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 둘이 놀게 하는 것에 불안함이 있었다.
온이의 1/5정도 되어보이는 작디작은 아이가 코를 드릉드릉 하며 감기가 걸려있어 온이에게 행여 감기라도 옮기면 어쩌나, 아직 예방접종도 다 끝나지 않은 이 아이에게 뭔가 병이라도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온이가 귀찮아서 이 아이를 세게 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우리집 둘째로 들어온 흑미는 온이가 어렸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었다. 사교성도 좋았고, 겁도 없이 여기저기 올라다녔다. 결국 온이에게도 손을 올리고 습기야 온이의 수염을 가지고 놀기 까지 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나는 얌전한 온이의 반응이 궁금했다.
형이지만 활달한 흑미에게 무조건 져 주다가 스트래스라도 쌓여서 힘들어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과연 온이는 형이고 박힌 돌로서 서열을 잘 정리 할 수 있을까.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온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덤벼드는 흑미를 밟고 물었다. 흥분을 심하게 하면 너무 쎄질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이빨에 힘은 안들어있었다. 아기 고양이의 어리광을 봐주는 것이었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는 평소 들어보지 못한 하악질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럴때는 흑미를 방에 가둬두기도 했다.
흑미는 아직 아기고양이라서 답답함을 느끼지 못했다.
작은 방에 문을 닫아두어도 그 안에서 놀거리를 찾고 혼자 놀고 있었고, 잠도 많았다.
하지만 온이는 그렇게 분리되어있는 사이 흑미가 들어있는 방을 열어달라는 듯이 흘긋 보고 나를 쳐다본다.
이제는 둘이 사이좋게 밥을 먹고 있는 모습, 함께 노는 모습에 흐뭇해 진다. 처음에 온이가 질투를 느낄까봐 온이 앞에서는 안아주지도 못한 흑미였지만, 이제는 번갈아 가면서 안아준다.
점점 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두 아이다.
흑미는 줄무늬 치즈냥이와 검은 고양이의 믹스묘다.
그러다보니 온 몸이 묘~한 색깔로 인데, 그 중에서도 발바닥 젤리가 신기하다.
핑크와 검정을 함께 볼 수 있다. 쫀득쫀득한 흑미의 젤리는 언제 만져도 기분이 좋다.
흑미와 닮은 그림책을 받았다.
책을 읽어주는 고양이 모리스라니..
흑미가 책을 읽어주는 상상을 한다. 생쥐를 잡고 싶어하는 모리스에게서 활발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흑미의 모습이 보인다.
온이가 아침마다 기지개를 켜는 당근 스크래쳐에 작은 흑미는 등산을 하듯 오르는 것이 취미이다. 정말 여러모로 온이와는 다르다.
저 위에서 흑미가 책을 읽어주는 상상을 한다. 흑미가 읽어주는 책은 매우 재미있을 것 같다.
흑미가 아침부터 놀고 있는 동안 온이는 흑미가 절대로 오를 수 없는 캣타워의 가장 높은 칸에서 지켜본다.
온이도 흑미를 가족으로 받아들였고, 자신이 혼자있고 싶을 때 찾는 장소도 여기저기 마련해 둔 듯하다. 그러면서도 내가 찾아주길 원하는 듯 애처러운 눈으로 바라볼 때가 있다. 이 아이도 아직 4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다.
밤이되면 두 아이의 경쾌한 발소리가 난다. 쫓고 쫓기는 그런 우다다다~~하는 귀여운소리. 아직 작은 고양이인 흑미에게는 방울을 달아두어 어디에 있는지 알수있도록 표시해 두었다. 이 작은 아이가 작정하고 숨으면 절대 찾을 수 없을 테니까.
나는 우리 온이와 흑미에게 둘러싸인 즐거운 매일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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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감성사진
Brunch Book
묘생이나 인생이나 거기서 거기지
01
작지만 분명한 소중함
02
온이와 시작하는 월요일
03
둘이 있으니 더 행복해 졌다
04
형제는 다투기도 하고 양보하기도 한다
05
온이, 드디어 흑미에게 부상당하다!
묘생이나 인생이나 거기서 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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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일상에서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글로 옮기는 북 테라피스트 깽이입니다. 여러가지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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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다투기도 하고 양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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