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것을 보는 게 더 좋은 고양이

고양이라고 해서 직접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고양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면 너무나 귀엽다. 특히 우리 흑미는 정말 집에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의 장난감으로 삼고 있다. 휴지심, 택배박스뿐 아니라 택배봉투, 휴지, 묶어놓은 과자봉지.. 등등 나중에 버리려고 살짝 놔두면 어느샌가 그것으로 너무나도 즐겁게 놀고 있다.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거실 쪽에서 들려오면 또 흑미가 무슨 말썽을 부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가뜩이나 고양이가 두 마리가 되면서 여기저기 날리는 털과 두부모래와 벤토모래가 신경 쓰인다. 그래서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보면 아니나 다를까 흑미의 장난기 어린 눈빛과 마주친다.


흑미는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하는 눈빛을 나에게 보내지만 그 눈빛에 속으면 안 된다. 분명 어딘가에는 있다. 흑미가 새로이 장난감 삼은 그것이...



온이 때에 많이 사준 장난감들은 그리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집 한 구석을 장식하듯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흑미가 물려받아서 흑미혼자 2 묘분(두 마리분)으로 놀고 있다. 사진 속에 있는 장난감도 자동으로 나비가 빙글빙글 도는 타입의 장난감인데, 얌전한 온이가 조금은 신기해했으면 하는 마음에 사 준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만 신기해할 뿐 아무리 열심히 빙글빙글 돌려도 온이는 그저 쳐다보기만 할 뿐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흑미가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서 철사로 되어있는 부분이 구겨지는 것은 예사요 나비도 제 형태를 띠지 못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너무나 활발한 흑미다.

그런 흑미이기에 온이가 가만히 있으면 슬며시 옆에 가서 헤드락을 걸며 놀아달라고 한다. 그럴 때는 영락없이 온이의 커다란 손에 한 대 맞고는 한다. 그게 매일 일상이다. 온이 이겨라! 말썽쟁이 흑미를 혼내주라고!


휴지를 죄다 뽑아놓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흑미

그렇게 활동적인 흑미에 비해 온이는 어릴 적부터 얌전하기는 했지만 활동적으로 노는 흑미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거실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양모로 된 공을 굴리기도 하고 입으로 물고 돌아다니기도 하는 흑미를 테이블 위에서 보고 있다. 그럴 때의 눈빛은 마치 내가 남일인양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의 눈빛과 비슷하다. 꽤나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바라보긴 하지만 절대로 함께하지 않는다.


자신을 건들지만 않으면 자신의 장난감을 다 내어주고는 흑미가 노는 것을 바라본다. 그 옆모습을 내가 바라본다. 귀엽기 그지없는 반짝반짝한 호기심이 가득한 눈.. 온이는 왜 자기가 놀지 않고 노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까.


낚싯줄을 꺼내도, 캣닢을 꺼내줘도 그때뿐이다. 몇 분도 채 가지 않아 온이는 누운 채로 내가 그것들을 가지고 빙글빙글 돌리는 것을 그저 바라보고 있다. 눈빛은 "오오~~ 돌아가네~~"하고 있지만 손을 들어 올리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온이 혼자만 있을 때는 그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일부러 온이를 꽉 껴안아주거나 손을 잡고 장난감을 만지게도 해 보았지만 온이는 별 흥미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흑미가 오고 나서 장난감을 너무나도 잘 가지고 노는 흑미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 온이를 바라보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아이들은 둘 다 같은 고양이지만, 서로 다른 고양이인 것이다. 모두가 사람이지만 모두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사람이라고 모두가 상식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 고양이 두 마리도 그런 것이다.


흑미는 늦게 들어온 주제에 내 침대에서 같이 자는 일이 많지만, 온이는 다른 곳에서 자고 있다가 내가 깰 시간에 정확하게 내 곁으로 와서 내가 일어날 때까지 얼굴에 몸을 비벼온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아이들은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 말썽을 부린다고 해서 흑미가 밉거나, 날쌔지 않다고 해서 온이가 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나름 둘 다 저마다의 속도와 저마다의 성격으로 같은 시간을 사용해 나가고 있고, 그것들을 서로 맞춰 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보면서 오늘도 생각한다.

나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기를 원하고 그것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다른 사람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한 집에서 사는 이 두 고양이조차 이렇게 다른데, 나와 접하는 사람들이라고 같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름을 어떤 식으로 인정해 주어야만 서로 합리적인 거리를 두고 타협을 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은 채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나만 노력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 상대도 노력해야 하는데, 사람마다 노력의 속도도 다른 것 같다. 그 부분을 인정한다면 지금의 힘듦이 나를 옭아 메어 땅으로, 땅 아래로 끌어내리지는 않으리라는 작은 희망을, 이 아이들을 보며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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