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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Oct 16. 2023

다르기에 함께 있다

성향이 다른 두 고양이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다가와 앉아있는 나의 작은 고양이 흑미가 있다.


 입양 시점부터 사람에게 앞발을 펼쳐 들고 사랑을 갈구하던 이 아이는 집에 와서도 내 옆에서 자곤 한다. 휴대폰을 들고 게임이라도 하고 있으면 함께 하려고 액정을 발을 갖다 대고, 집안일을 하고 있노라면 도와주려는 건지, 방해하려는 건지 내 옆의 자리를 꾀차고 있다. 사랑스러운 아이.. 이 아이는 나에게 무엇을 이리도 갈구하는 것일까. 나는 그저 내 식대로 이 아이의 행동을 해석하고는 한다.


 영화를 볼 때 다가오면 '함께 보고 싶구나' 하고 만져주고, 책을 읽을 때 다가오면 '내가 읽어주길 바라나..'하고 읽어주고, 집안일을 할 때 다가오면 '도와주려는 거니..'하고 해석한다.


 벌써 6개월 차가 되어버린 아기고양이는 큰 아이 온이와는 사뭇 다른 호기심을 보이고는 한다. 지금의 큰 아이는 그저 내가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고 나서는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흑미가 노는 모습, 뛰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취미인양 앉아있다.


 고양이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데, 성장을 하면서 점점 성격이 바뀌어 간다.



 조심성이 있는 우리 큰 아이 온이는 어릴 적에도 크게 호기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흑미에 비해..) 그저 초롱초롱한 눈으로 관심을 나타냈을 뿐이다. 이 아이는 표정이 많은 아이로 얼굴에서 관심이 있고, 없고를 알 수 있다. 고양이들이 좋아한다는 마따따비도 이 아이에게는 그리 효력이 길지 않다. 최강일 듯.

 

 기분이 좋을 때면 몸속에서 아주 조용하게 갸릉 갸릉 소리를 낸다. 말썽을 부리는 일 없이 조용히... 그러다 보니 주변의 변화에 민감한 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온이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온이가 놀고 싶을 때나 먹고 싶을 때의 표정을 잘 보고 있다가 대응해 줘야 한다.

 


 둘째인 흑미는 스스로 표현을 잘하는 아이이지만 반면 표정은 아직 많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 흑미를 데리고 왔을 때, 귀도 크고 장난을 치기 전의 남자아이들 같은 표정이랄까.. 아니면 웃지 않는 개그맨 같은 표정이랄까 하는 얼굴에 조금은 거부반응이 있었다.


 하지만 온이와는 다른 매력과, 온몸으로 뿜어 나오는 에너지에 위로를 받고는 한다. 지금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나의 고양이 흑미다.


 그러나 이 아이의 발랄함은 내가 집에서 일을 하거나 작업을 하는데 매우 방해가 되므로, 평일에는 일부러라도 밖으로 나가 일을 보고는 한다.


 


 이 두 아이는 많이 다투기도 하지만 이렇게 한 곳을 바라보며 서로 가까이 앉아있기도 한다. 각자의 성향을 존중하며 서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온이 혼자만 사용했던 장난감과 공간들은 이제 흑미도 함께 사용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성향이 다르기에 더 잘 어울리는 것처럼도 보인다.


 모든 이들이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도와주고, 그러면서 사랑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맞추어 나가는 것이 조금은 힘들고 괴로울 때도 있지만 그것은 어쩌면 살아가는데 매우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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