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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Nov 06. 2023

함께 하면 좋은 것은 고양이나 사람이나..

혼자도 좋지만 함께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 이야기

온이가 혼자 있었을 때는 온이의 표정을 보며 여러 가지 상상을 하곤 했었다. 온이는 몸을 잘 움직이지 않는 아이로, 아침에 일어나면 캣타워의 맨 위칸에서 지긋이 나를 바라봐 준다.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온이... 그야말로 온이는 내게 고양이의 정석이었다. 때로는 호기심 가득한 눈을 보이지만, 날쌔기보다는 개인주의 성향? 이 가득한 우리 온이를 보며 나는 온이의 머릿속을 상상하곤 한다.

 

 '엄마가 간식을 줄시간인데 왜 안 주지?'

 '엄마가 또 나를 쳐다보네? 심심한가?'

 '애구 귀찮아라.. 또 엄마가 놀자고 하네..  반응하지 말아야지~'


내 머릿속의 온이는 아침은 일찍 일어나지만, 앉아있는 것을 좋아하고, 몸보다는 눈이 더 빠른 게으른 고양이이다.  


그런 온이도 올해 5월부터는 달라졌는데,  바로 동생 흑미가 집에 왔기 때문이다. 온이와는 전혀 다른 아기고양이의 정석인 흑미는 깨발랄, 깨방정의 대명사이다!


 별다른 합사과정 없이 친해진 이 둘은 아침부터 아주 열심이다. 새벽 5시가 되면 어김없이 방문 앞에서 <콩콩 콩콩>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들을 밖에 두고 문을 닫고 자기 때문에 나를 깨우는 소리인데, 아마도 밥을 달라고 나름의 시위를 하는 것 같다. 매일 일어나는 시간에 근접한 시간이라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문을 열어주면

두 마리의 아들들은 침대로 뛰어 올라와 내 머리를 뜯거나, 얼굴을 쓱쓱 문질러 주며 아침이 왔음을 알린다.  신기한 것은 방문을 두들기는 온이의 손이 발톱을 세우지 않기 때문에 전혀 상처가 없다는 것이다. 여느 고양이가 있는 집에는 가구가 망가진다고들 하는데, 4년 차 묘정(고양이 가정?)인 우리 집은 아직 크게 망가진 것은 없다. 얌전한 온이덕분인듯하다.


 이들은 나를 깨우는 미션을 클리어하고 나면 <우다다 타임>을 갖는데, 내가 씻고 나오면 저쪽 끝에서 무서운 표정의 온이가 달려온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물으며 쳐다보면 그 뒤로 흑미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때로는 화장실 앞에서 흑미가 대기를 하고 있고, 화장실 앞에 놓여있는 책장 위에서 온이가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아이들 알람에 이불을 정리하고 나왔더니 밴치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봤다. 얼마나 귀여운지.. 매일 엎치락뒤치락 다투는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예쁜 모습을 보니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이들의 투샷은 찍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기에 이럴 때 얼른 찍어둬야 한다. 똑같은 하트 엉덩이를 하고 공손하게 맞잡은 두 손의 흑미는 하얀 덧버선이 매력적이다. 한쪽 손을 길게 내놓은 우리 온이는 포동포동한 엉덩이가 매력적이고.. 이들은 서로의 매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듯 아주 시크하게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사랑이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함께 있음에 편안함을 느끼고 서로를 응원해 주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고양이들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투닥거리기도 하고 쫓고 쫓기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 떨어져 각자의 쉼터에서 쉰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함께 아주 편안한 얼굴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족도 마찬가지 아닐까. 함께 있으면서 불만도 생기고, 때로는 투닥거리기도 한다. 어떤 때는 각자의 방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서로 먼저 많이 먹겠다고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함께 그 시간들을 보내고 각자 바라보는 방향은 다를지라도 서로 응원을 보내는 것.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남들보다 조금은 더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을 닫아보는 것은 어떨까.


 꼭 가족이 아니어도,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 혹은 그 고양이들의 존재자체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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