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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Dec 18. 2023

너는 관종 고양이, 관종 집사

누구나 마음속에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우웅~ "

아침 햇살이 커다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시간 5시 30분. 

옅은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의 기지개 켜는 소리에 "냥~~ "하며 방을 들어오는 두 아이. 온이와 흑미.

 특히 온이는 아침에 나의 소리를 듣고는 배게 있는 곳까지 올라와 나의 쿠션이 되어준다. 한참을 서로 얼굴을 비비며 아침인사를 하며 내가 자신의 몸에 얼굴을 파묻고 누워있어도 가만히 있는다. 아마 온이가 하루 중에 좋아하는 시간의 일부인 것 같다. 온이의 평온한 얼굴을 보면 안다. 


납작한 귀만큼이나 얼굴도 납작하게 되어 배게 위를 점령하는 온이의 두 손과 두 볼, 그리고 함박스테이크 같은 옆라인. 행복을 모양으로 만들면 이런 모양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차가운 공기를 집안으로 밀어 넣으려는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킨다. 오늘은 산책보다는 단단히 굳어진 몸을 풀고자 헬스장으로 몸을 옮긴다.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한 시간 남짓 몸을 풀고 집에 돌아오니 동글동글한 눈으로 나를 맞아주는 두 아이들. 


 고양이는 자신만의 시간을 즐긴다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하루를 지켜보면 적당히 혼자만의 시간과 함께 하는 시간을 배분하고 있다. 


 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책꽂이 위에 올라가서 감시하는 아이들... 교대로 올라가서 보고 있다. 



"엄마? 나 언제쯤 봐줄 거야?? 나 안 예뻐??"

하고 눈으로 말하는 듯한 아이들. 이제는 제법 소리를 길게 낸다.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소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소리는 그때그때 다르다. 


 고양이 영상에서 얻은 정보로는 고양이가 소리를 내는 이유는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서란다. 

고양이들끼리의 소통에서는 소리가 필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은 둘 다 나만을 위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아침부터 나에게 인사를 오는 것도, 책꽂이 위에 올라가서 나를 보고 있는 것도,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면서 소리 내는 것도 모두 나만을 위한 소리와 몸짓이라는 것이다. 


 나의 관심이 뭐라고... 내가 눈 마주쳐 주면 그렇게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여준다. 

엉덩이를 치켜들고 두들겨 달라고도 하고, 옆으로 고롱~누워서 자신의 몸을 허락해 준다. 그들의 모습에 부응하여 만져주면 그렇게 좋아한다. 관심받고 싶은 거다. 나의 관심이 이들에게 만족을 주는 거다. 다행이다. 나의 관심으로 아이들이 만족해 줄 수 있어서.. 내가 주는 비싸지 않은 간식과 사료만으로도 아이들이 만족해 줘서 고맙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 줘서 고맙고 감사하다. 


 아무리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아무도 나를 바라봐 주지 않는다면 너무나 슬플 거 같다. 내가 이렇게 우리 아이들의 사진을 올리고, 그들의 움직임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올리는 것은 아마도 내가 느낀 것을 다른 분들도 함께 느껴주고 함께 마음이 충전되길 원해서 일 것이다. 거꾸로 다른 분들도 우리 아이들과 나의 하루에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는 마음이 없지 않을 것이다. 


 나의 온전한 모든 하루를 간섭받고 싶지는 않지만 누구나 적당한 관심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관심은 사람이 살게 만들기도 하고, 죽게 만들기도 한다. 적당한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삶에 치이다 보면 나 자신에게 관심을 나타낼 시간을 갖는 것도, 남에게 관심을 가질 시간적 여유도 없어지는 것 같다. 모든 것은 균형... 절대로 필요한 것들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절대로 필요한 것은 경제적인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 

23년도 몇 주 안 남았지만 그동안 내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관심을 나타내면 좋을지 생각해 보자고 다짐한다. 


우선

오늘도 나에게 관심이라는 깨달음을 준 온이와 흑미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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