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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Dec 28. 2023

마음의 여유는 고양이로부터 나온다.

아침잠을 자는 고양이 온이의 모습에서 천천히 아침을 열어요.

 벌써 23년도 이제 딱 4일 남겨놓고 있다. 오늘은 23년의 마지막 목요일.

나는 한 해동안 무엇을 했을까. 

나름 목표로 한 것을 실천하기도 했고, 많은 포기와 절망도 겪으면서 주저앉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번아웃. 혼자 하는 일이기에 혼자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계획만 세우고 느릿느릿 움직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사실은 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것. 


 주변의 상황이 아무리 바뀐다고 해도, 내가 휩쓸려 버리고 지치고 쓰러질 때까지 울어도 아무도 나를 위해 일을 해 주거나, 나의 목표를 이뤄주지도 않는다. 단,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면 누구라도 나를 응원해 줬다. 그 응원으로 인해 일어날 힘이 생기고 조금씩 움직일 힘이 생기더라. 주저앉아있는 시간이 길면 길 수록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것도 깨달은 것이 23년이다. 


 일력이 몇 장 안 남은 것을 바라보며, 전에는 어떤 목표든 "새해부터~~~ 하자!"라고 목표를 세워두었지만 올해는 이 며칠 만이라도 24년에 끌고 갈 좋은 습관을 만들어보자고 다짐을 했다. 


그 첫 번째 습관이 바로 5시 기상. 


5시에 일어나 일단 기지개를 쭈욱 켜고 정해진 만큼의 성서를 읽기 시작한다. 최근에 시작한 부분이 잠언서. 읽으면서 생각을 자극하는 부분은 필사도 해 가면서 딱 한 장을 읽어낸다. 


 이것이 목표이지만, 요 며칠 5시는커녕 6시에 일어나기도 했고, 다시 5시쯤 일어나기도 했고 일어나서도 온이와 흑미와 놀면서 어물쩡 어물쩡 시간을 흘려보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야. 밖을 봐봐. 아직 어둡잖아..'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 편에서는 또다시 부정적인 생각이 고개를 든다. '아무리 좋은 습관을 목표로 하면 뭐 하니.. 이렇게 또 무너져 내리는데... 넌 뭘 하든 시작만 거창하지, 진짜로 해 내지는 못한다니까...? '  


 늦게라도 미션을 클리어하고 침대 위를 바라보았다. 



 편안한 모습으로 아침잠을 자고 있는 온이.. 전에는 "고양이 팔자... 부럽다!!!"하고 온이를 깨우고 만지고 괴롭혔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본 온이의 얼굴은 평온했다. 고양이를 키운 지 벌써 5년째로 접어든다.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본 결과 이 아이들 엄청 부지런하다. 물론 아침이나 낮이나 수시로 자기도 하지만 수시로 깨어있어서 나름 바깥구경도 하고, 뛰어다니며 운동도 하고, 사색을 즐기기도 하고, 밥도 수시로 먹고.. 


  내가 집에 돌아오면 간식을 달라고 쫓아다니기도 하고, 온몸을 그루밍하며 몸단장을 하기도 한다. 고양이들만의 루틴이 확연히 있었다. 하루의 미션도 있었다. 하루라는 시간은 유용하게 분배하여 사용하면 해야 할 일들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다. 조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편하다면 해야 할 일은 저녁에 해도 되고, 이른 아침에 해도 된다. 하지 못했다면 다음날 해도 되는 것이다. 조급할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그래야 움직일 힘도 생기는 거니까. 


 아침잠을 자는 온이도 자신의 루틴대로 하루의 미션을 전부 끝낼 수 있는 것처럼, 나도 나만의 루틴을 세워 하루의 미션을 천천히 끝낼 수 있다. 조급할 필요는 없는 거지.. 어디 사는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나의 시간 안에 나의 미션을 끝낼 수 있음을 스스로 칭찬하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온이가 스스로를 그루밍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지고 다시 온이의 아침잠을 자는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눈을 살짝 떠줬다. 왠지 안심하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괜찮다고 말해 주는 듯 보이기도 했다. 


 23년을 지금처럼 보내도 되는 거야. 

노력하고 있는 거니까... 늘 5시에 일어나지 못해도,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하고 잠에 들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오늘을 보내도.. 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지금은 그저 이렇게 나를 보고 있어. 기분이 좋아지잖아. 그러면 또다시 움직이려는 활력이 생길 거야. 



 그래, 온아.

아침잠을 자는 예쁜 널 보면 힘이 난단다! 아자아자!!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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