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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Jan 24. 2024

사랑을 갈구하는 고양이 흑미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사랑을 받기는 어렵다

 집에 돌아오면 나를 기다리는 두 마리의 고양이들이 서로 몸을 쭉쭉 늘리며 나에게 다가온다. 잠이라도 늘어지게 잤던 모양인지 몸에서 모든 뼈마디들을 늘리듯 양손과 양 발을 쭈욱 쭈욱 늘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한참을 형인 온이의 엉덩이를 두드려 주면 흑미는 다른 손 쪽으로 다가와서 자신을 만져 달라는 듯 머리를 기대 온다. 아직 궁디팡팡의 매력을 모르는 듯 엉덩이를 두드려 주는 것보다 얼굴을 만져 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듯하다. 

 온이에 비해 털이 짧아서 만지는 느낌은 흑미보다 온이가 더 좋다. 그리고 온이의 성격이 혼자 있는 것, 노는 것을 보는 관중역할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나는 온이에게 더 눈이 가고 손이 간다. 그것을 흑미도 아는지 흑미는 나와 함께 있는 24시간 정말이지 내 주변만을 사수하고 내 움직임을 따라다닌다. 그러다가 지루함을 느끼면 슬슬 장난기가 발동하고는 한다. 


 


  얼마 전 냉장고 위를 점령한 흑미는 냉장고 위에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가 내려와서 테이블 위의 것에 하나하나 호기심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킁킁.. 킁킁 냄새를 맡다가 자신의 손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가늠하여 떨어뜨리는데 주로 떨어져도 괜찮은 물건들, 이를테면 달력이나 작은 인형에 손을 댄다. 그쯤 되면 나도 하던 일을 멈추고 흑미에게 다가간다. (이래서 집에서는 일을 할 수가 없다. )


 흑미는 나의 손이 장난감을 짚는지 뭐 하는 건지 벌써 동공에 지진이 일어난다. 자신과 놀아주려는 폼인 것을 눈치챈 것이다. 조그마한 몸에서 어쩜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지 정말 나는 따라가기가 어렵다. 


 신기한 것은 흑미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엄마가 자신이랑 놀아주려 하는지, 어떤 놀이를 하고 싶은지를 알고 있는 것 같다. 고양이는 정말 눈으로 말하는 존재로 사랑스럽기 그지없지만 나도 나의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하다 보니 흑미가 원할 때 놀아주지 못하는데, 흑미 또한 흑미 나름대로의 기분이라는 것이 있어서 놀 기분이 되었을 때 온이나 나를 찾아서 놀아달라고 때를 쓴다. 


 이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달라고 조르는 흑미를 보면 귀찮기도 하지만 흑미가 좋아하는 방식의 사랑의 표현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서 나도 표현 방식을 조금씩 달리 하곤 한다. 


 





 사람마다 사랑을,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끊임없이 관심을 나타내 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저 바라만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스킨십을 좋아하며 어떤 사람은 큰 이벤트보다 소소한 편지나 카드를 좋아한다. 

다양한 사람이 있는 만큼 좋아하는 사랑의 표현도 다르다. 

 하지만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사랑해 주지 않는다. 그것을 말로 꺼내 알려주는 것도 왠지 자존심 상하고 괜히 마음이 가라앉아 버린다. 하지만 그걸로는 상대는 알아주지 못한다. 


상대가 원하는 방식은 무엇인지, 자신을 어떤 것을 원하는지, 혹시 사랑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상대는 나를 정말 사랑하는지..


 모든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하지만 어찌 되었든 사랑해 마지않아야 할 사이라면 상대의 사랑을, 그리고 나의 사랑을 의심하지는 말자. 정말 서로 사랑하는 거지만 표현방식에 문제가 있는 거니까. 

표현방식의 문제를 서로에게 사랑이 없다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의 표현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아야겠다. 그렇다고 너무 자기중심적이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상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저 서로 몸만 같이 있고 다른 생각을 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고 싶은지 말이다. 


 각자의 방식은 다르지만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은 의심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함께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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