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끝나면
고통도 함께 끝날 줄 알았다.
적어도 가장 힘든 순간은 지나갔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생각보다 오래 말을 걸어왔다.
수술 부위는 계속 욱신거렸고,
등과 목은 단단히 굳어
가만히 있어도 뻐근했다.
스트레칭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러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움직임은
아주 제한적이었다.
조금 걷기,
앉았다 일어나기,
손으로 몸을 주무르기.
그 이상은
아직 허락되지 않은 일처럼 느껴졌다.
그 사실이 답답했다.
실밥을 떼고
조직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날,
나는 두 시간을 넘게 기다린 끝에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왼쪽 난소 한쪽도
함께 제거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난소에 섬유종이 있었고,
이전에 앓았을 골반염으로 인한
염증 유착이 심해
수술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설명이
담담하게 이어졌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은 쉽게 따라오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나는 이전과는 다른 몸이 되었다.
회복 식단도,
회복의 기준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는 걸
실감했다.
병원으로 돌아온 뒤,
몸은 다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소변에서 보이는
실오라기 같은 혈흔,
오른쪽 아랫배를
찢는 듯한 통증.
이건 괜찮은 걸까,
아니면 다시 연락해야 하는 걸까.
컨디션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었다.
다행히
그때의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몸 상태를 말할 수 있었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 이후로
나는 통증을 없애려 애쓰지 않게 되었다.
조금만 부담이 느껴지면
손을 비벼
아픈 부위에 얹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천천히 내쉬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시간도
회복의 일부라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수술 후 2주가 지나자
몸보다 마음이 먼저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좁은 공간,
드라마와 책과 음악뿐인 하루.
집에 있는 고양이들이 떠올랐고,
바깥바람이 유난히 그리웠다.
그래도
몸은 아직 회복 중이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전과 같은 일상은 아니지만,
지금의 나에게 맞는 하루를
다시 만들고 있다.
아픈 몸을 고치려 하기보다,
아픈 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