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 김기섭 (Kiseob Kim), 1983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담은 도서 「초역 니체의 말」 에는 ‘행위가 운명을 낳는다’ 챕터가 있다. 니체는 ‘운명을 만드는 것은 무형의 기이한 존재가 아니다. 그 행위를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 마지막까지 해냈는가 중도에 포기 해버렸는가, 지켰는가 지키지 않았는가, 받아들였는가 도망쳤는가, 버렸는가 주웠는가와 같은 ‘행위’가 사건을 만든다.(초역 니체의 말, p.219)’라 이야기한다. 이 말은 이미 정해진 운명이 있을지라도 결국 그 운명을 실제화하는 것에 있어서 나라는 개인의 행위가 영향을 미침을 뜻한다.
아마 우리 모두 다 살면서 한 번쯤은 피해가고 싶었지만 결국은 마주했어야만 했던 상황 또는 너무나 간절히 염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지 못한 채 놓아주어야 하는 꿈을 꾸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삶은 항상 우리가 예상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예상치 못하게 등장하는 수많은 변수들 그리고 때로는 방향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헤메는 게 우리들의 삶이다. 그런데도 종종 우리 곁에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자신의 길을 묵묵하게 걸으며 꿈을 쫓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 우리가 만나볼 작가 김기섭 역시 우직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그는 자기 삶에 있어서 예술이 ‘그렇게 될 일이 결국 그렇게 된 것’이라 말한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예술인의 삶을 시작하였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또 누구보다 진심으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그에게 예술은 곧 그의 운명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처럼 예술을 만나기 전에 그가 마주했던 다양한 굴곡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그의 삶은 충만함 그 자체이다. 학생 시절 받았던 자연이 주는 위로를 통해 용기를 얻어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우주를 그려나가는 그의 작업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지만 그 세상이 주는 편안함을 담아낸다. 작가 김기섭의 작품을 보면, 우리는 그 누구도 물리적으로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마음속 내면에서 한 번쯤은 가봤던 세상을 바라보며 작가가 전하는 우주의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오늘은 누구보다 진심으로 우리 모두의 내면 우주를 그려나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안녕하세요 김기섭 작가님,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우주를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가 김기섭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 반갑습니다. 작가님의 유년 시절 이야기 먼저 해보고 싶습니다. 미국 위스콘신에 위치한 레이크랜드 대학교(Lakeland University) 에서 리조트 경영(Resort Managent)을 수학하셨다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꿈을 가지고 유학길에 오르셨나요? 그리고 미국에서의 학창 생활은 어떠셨나요? 언어장벽 또는 문화 차이로 인해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에피소드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미국 위스콘신 주 안에서도 도시 쪽이 아니라 완전 시골 쪽으로 유학을 하러 갔습니다. 소위 말하는 깡시골 같은 곳이었는데, 옥수수밭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광활한 시골에 있는 로컬 학교로 유학을 하러 갔었죠. 당시 유학을 결정 했을 때는 특별한 꿈을 가지고 유학길에 오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친인척분들 중 미국에서 리조트 사업하시는 분이 있으셔서, 막연히 ‘리조트 경영(Resort Management)을 배워 리조트에 취직해야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시작한 유학이었거든요. 그런데 사실 리조트 매니지먼트를 배웠다고 하기도 부끄러운 것이 시작과 동시에 제 길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도망쳤어요.
그때는 미국에 처음 갔던 시절이어서 언어에 대한 대비도, 문화에 대한 이해도 없이 갔기 때문에 항상 어려움을 달고 살았습니다.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라면, 처음 스타벅스를 방문했을 때가 떠오르네요. 제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간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주문하는데 제 ‘자바칩’ 발음을 종업원분이 못 알아들으셨습니다. 결국 15분 넘게 최대한 발음을 굴려 가며 자바칩을 100번 넘게 외쳤던 기억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웃음)
Q. 어머, 정말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스타벅스에서 프라푸치노 주문할 때 겪었던 어려움이 떠오르네요. (웃음)
하하. 소영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군요. 결국 우연히 만난 같은 학교 학생이 주문을 해줬고 저는 그날 밤 수치심에 한국행 티켓을 남몰래 알아보았습니다.
Q. 작가님께서 미술을 공부하시게 된 계기가 교양 과목으로 미술사 수업을 듣던 중 우연히 본 루벤스(Rubens) 의 십자가를 세움(The Elevation of the Cross) 이라는 작품에서 큰 영감을 받은 후라고 들었습니다. 당시 작품을 볼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나세요? 어떤 영감이 작업하도록 이끌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당시 좋아하던 만화 캐릭터를 똑같이 따라 그리고 스스로 점수를 매겨 잘 그린 그림은 제 방 벽에 붙여 두고는 했는데요. 나중에는 더는 벽에 붙일 공간 없을 정도로 온 방이 제가 그린 그림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제가 그림 그리는 것을 그때부터 좋아하지 않으셨고 못 그리게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몰래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결국 고등학교 때부터는 그림과 멀어져 버렸고, 사실 미국에 갔을 때에는 이미 그림과 완전히 멀어진 상태였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대학교에서 교양 과목을 신청하던 당시 친구들이 미술사 과목이 성적이 잘 나온다고 해주었던 말과 제가 좋아하는 미술사를 교양 과목으로 들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미술사 과목을 듣게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언어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던 저에게 세시간 동안 교수님이 말로만 작품을 설명해주는 이 미술사 수업은 제가 따라가기엔 너무 벅찬 수업이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해 제대로 수업에 참여할 수 없었던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교과서에 나와 있는 그림을 보는 것뿐이었습니다. 제가 루벤스의 작품을 보았던 그 날도 아무 생각 없이 교과서를 펼쳤는데 그때 제 눈에 루벤스의 작품이 들어왔고, 가만히 작품을 바라보던 중 ‘한번 따라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데요. 사실 이 작품을 마주했던 당시에는 신앙적인 감정보다는 그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감정만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국 미술 전공으로 전과를 했습니다. 루벤스의 그림을 3주 동안 따라 그린 제 결과물을 바라볼 때, 저는 이것을 해야 하는 사람임을 직감했거든요.
Q. 와, 3주 동안 따라 그리셨다니 정말 대단하신데요. 그런데 어린 시절 부모님이 그림 그리는 것을 안 좋아하셨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부모님께서는 어떤 연유에서 반대하셨는지, 그런데도 작가님의 어떤 마음이 계속 미술을 공부하게 하고 오늘날 작가님이 작가로 꾸준히 활동하실 수 있도록 해주었던 걸까요?
사실 제가 전과를 할 때 미리 말씀을 드리고 했던 게 아니라, 일단 저질러 놓고 집에는 한참 뒤에 말씀을 드렸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는 굉장히 큰 충격을 받으셨습니다만, 나중엔 결국 제 결정을 지지해주셨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어린 제가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하신 이유는 그림을 그리는 삶을 살게 되면 나중에 밥벌이도 못 하고 살 것 같다는 걱정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당시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아, 그렇군요. 맞아요. 30년 전 부모님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셨을 수도 있겠어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미술을 준비하는 친구들의 경우에는 10 대 시절부터 학원과 과외를 받으면서, 예중 그리고 예고를 졸업하고 학교에 가는데 작가님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늦게 작업 활동을 시작하셨잖아요. 혹시 이런 부분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은 없으셨나요?
맞습니다. 저는 흔한 학원도 과외도 살면서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제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남이 그려 놓은 것을 똑같이 따라 그리며 연습 된 것만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다만, 부담이나 걱정보다는 남들보다 많이 늦었으니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거의 매일 새벽 미술실에서 혼자 몰래 그림을 그렸습니다. 캔버스가 없으면 종이에 그렸고요. 종이도 없으면 앞치마에 그렸습니다. 그리고 앞치마가 더러워지면 입고 있던 티셔츠를 캔버스 삼아, 실력 좋은 친구들의 작품을 보면서 계속 따라 그렸습니다.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나니, 그 친구들의 그림과 제 그림이 얼추 비슷해진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아, 어느 정도 따라잡았구나!’ 싶어 자신감이 조금 생겼습니다. (웃음)
Q. 정말 성실한 노력파시네요. 대단하세요. 작가님 바이오를 살펴보면 SAIC에서도 공부하셨더라고요. SAIC에서 수학하던 시절, 우연히 들어간 시카고의 밀레니엄 공원 깊숙한 곳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방황을 끝냈고 그때부터 자연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되셨다고 적혀있었는데요. 자연도 여러 가지 풍경이 있는데, 작가님께서 당시 마주하셨던 자연은 어떤 풍경이고 어떤 색을 띠고 있었나요?
레이크랜드 대학교에서 미술 전공으로 졸업을 한 뒤에, 시카고에 있는 SAIC 학교의 Prior Degree Student 라는 자격으로 입학을 하게 됩니다. 레이크랜드 에서 취득한 학점 대부분을 인정받아 42학점 정도만 취득하면 졸업 할 수 있었고, 저는 딱 1 년 만에 SAIC의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그 후, 시카고에서 대학원 지원을 했는데 지원한 모든 학교에서 떨어졌어요. 당시 대학원 진학과 관련해 부모님과 상의하던 중, 부모님께서 ‘다 떨어졌으면, 혹시 재능이 없는 것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 이제 미술은 그만하는 게 어떻겠니.’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을 듣고 방황이 시작됐습니다.
수업도 잘 안 나가고 음료수병에 술을 담아가서 수업 시간에 몰래 음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제가 여름학기 수업으로, 직접 페인팅 도구를 들고 자연으로 나가 풍경을 그리는 풍경화 회화(Landscape Painting) 수업을 신청해 둔 상태였습니다. 수업을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일단 따라 나갔는데, 그때 마음이 혼잡한 저에게 교수님께서 ‘가서 자연에서 누워있어도 좋고,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좋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밀레니엄 공원에 가장 깊숙한 곳을 찾아가 그렇게 계속 누워 있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보이는 것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흔들리는 풀과 나뭇잎들, 얼굴 위로 지나가는 벌레들뿐이었고 흔들리는 풀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풀벌레 소리와 바람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이 저 자신을 치유해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마주했던 자연의 풍경은 평화로움 그 자체이고,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같은 나무도, 같은 나뭇잎도 시간이 지나 해가 움직이는 것에 따라, 혹은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다채로운 색으로 변하는 무궁무진한 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제 작품의 근원이 자연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예술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은 역시 대학원 진학에 실패해 미술을 그만둘 뻔했던 사건과 그때의 방황을 끝낼 수 있도록 해준 자연에서 받은 위로일 것입니다.
Q. 2019 년 아치디 시리즈를 선보이셨는데요. 최은영 작가님의 ' 「아치디에서」' 라는 문학작품을 베이스로 한 작품을 읽어보면 아치디라는 공간이 실존하지 않는 곳이라는 지점에서 작가님께서 표현하고 계시는 내면의 우주와도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걸까요? 실제 최은영 작가님과 친분이 있으신가요? 어떤 계기로 탄생하게 된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2019 년 문학 작품과 미술 작품이 협업하는 전시가 있었습니다.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문예 비엔날레 저작걸이展 이라는 큰 전시였습니다. 그때 제가 협업하게 된 문학 작품이 최은영 작가님의 「아치디에서」 였습니다. 아마 말씀하신 대로 아치디라는 공간과 제 내면의 우주의 공통점을 찾아내신 주최 측에서 이렇게 둘을 팀업 해주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최은영 작가님과는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이 전시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저는 작가님의 문학작품을 베이스로 작품을 만들고 작가님은 제 작품을 보시고 글을 써주시고, 써주신 글을 보고 제가 다시 제 그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정말 흔히 오지 않을 더없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Q. 아치디 시리즈는 문학 작품 속 두 주인공의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과정을 총 여섯 점으로 표현한 시리즈 작품인데요. 「아치디에서」 문학작품의 내용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요?
저는 사실 이별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별의 순간이 왔을 때 우리는 괜한 미련에 전화하고 편지를 쓰고 이메일을 보내며 관계를 힘겹게 이어갈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처음 몇 번 지나고 나면 연락은 뜸해지고 그렇게 흐지부지 인연이 끊어져 버리는 경험을 아마 누구나 해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메일 주소를 묻는 남자 주인공에게 여자 주인공이 마치 그런 미련 갖지 말고 편하게 너의 길을 가라는 듯, ‘그냥 이렇게 하자. 잘 가, 넌 네 삶을 살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던 복잡 미묘하고 세밀한 그 감정선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한쪽이 먹먹해집니다. 이 책을 읽고 협업한 지 2년 만에 다시 이 책의 내용을 잠깐 떠올려 보았는데 역시 가장 먼저 ‘넌 네 삶을 살 거야.’가 떠오르네요.
Q. Internal L. Universe 시리즈는 자연 발생적 우연성에 무게를 둔 작품으로, 세상에 1점 밖에 존재하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 홈페이지를 보면 이미 판매되어 새로운 주인을 찾아간 작품들이 표시되어 있더라고요. 작품을 판매하실 때 어떤 기분이 드세요?
처음 작품이 판매되었을 때는 ‘이 한 점밖에 없는 작품을, 다시 만들 수도 없는 이 작품을 이대로 보내버려도 되나? 그런데 작품을 안 팔면 나는 뭘 먹고 살지?’ 하는 혼란스러움이 있었습니다. 포장하고 보내버리고 작품이 있던 빈자리를 보면 마음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었는데요. 작품 판매가 거듭될 수록 이런 허전함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Q.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이 없다고들 하지만, 반지 끼워주고 싶은 손가락은 따로 있다.’고 이도우 작가님의 소설에 나오는 말인데요. 모든 작품이 정말 소중하시겠지만, 그 중에서 작가님의 내면을 가장 잘 담아낸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작가님 내면의 풍경은 어떤 색으로 채워져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런 그림이 있습니다. 괜히 더 애착이 가고 절대 다시 못 그릴 것 같고 내가 이걸 어떻게 그렸지 싶게 정말 무아지경에 빠져 작업한 그림. Internal Landscape 시리즈 초기 작품 중 2015년에 작업 한 Internal Landscape Series 10 이 그렇습니다. 그림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제가 이 그림을 그릴 때에 눈과 귀를 닫고 온전히 이 공간으로 들어가 작업을 했고 그림을 완성한 이 시리즈 전체의 방향성을 정하게 된 저에게는 정말 중요한 그림입니다.
Q. 이 작품은 작가님의 웹사이트에서도 볼 수 없던 작품이네요. 작가님께 가장 소중한 작품을 볼 수 있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지난달, 수호갤러리에서 진행한‘Cosmic Space’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치셨어요. 무사히 마치게 되신 걸 정말 축하드립니다. 하나의 전시를 마무리하고 나신 후에는 어떤 삶을 살고 계시나요? 작가님의 평소 일상이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보통은 전시가 끝나면 다음 전시가 언제 있는지에 따라 제 일상이 달라집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거의 매달 전시를 해왔기 때문에 한 전시가 끝나면 다음 전시를 준비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지금의 일상을 말씀드린다면 얼마 전에 Cosmic Space 전시를 마무리하고, 이다음 전시는 7월에 있기 때문에 여유롭게 약 일주일 정도 집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쉬면서 그동안 전시 준비하느라 못한 잡다한 일도 하고 공모전에도 지원했습니다.
이제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다시 평소의 일상이 시작될 텐데 보통 아침 9시쯤 일어나 가볍게 식사를 한 후, 12시쯤 운동을 하고, 2시 정도에 저녁 거리를 챙겨 인천 구월동에 있는 작업실로 갑니다. 6시쯤 챙겨간 저녁을 먹고, 9시 정도까지 작업한 후에 10시쯤 집에 돌아오겠네요. 보통 제 일상은 이렇게 반복됩니다. 주말에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요. 가끔 한 번씩 가장 친한 동생이자 동료 작가인 양지훈 작가나 지금은 결혼 후 제주도로 가버린 홍순용 작가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 외엔 특별하게 누군가를 자주 주기적으로 만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친한 친구나 작가들과 한 번씩 통화할 때 아주 오래 두시간 이상씩 통화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시간 가까이 통화하느라 목이 쉬어가는데 끊을 땐 항상 ‘자세한 건 다음 주에 만나서 얘기해!’ 하고 끊습니다.
아, 그리고 특히 작년부터 올해까지 많은 이들의 삶이 코로나로 인해 변화가 있었지만, 제 일상에는 눈에 띄게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그 전과 같이 매일 작업실에 나가 전시를 준비하고 작품을 합니다. 당장 전시가 없더라도 언젠가 생길 전시를 미리 준비해 놓습니다. 물론 저도 전시가 줄 거나 해외에서 준비 중이던 전시가 미뤄지고 팔렸던 그림이 대금 미납으로 결국 되돌아온다든지 하는 피해를 받기는 했습니다만, 제가 코로나로 힘들다고 얘기하는 그 자체가 상처가 될 정도로 크게 타격을 입으신 분들도 많으신 것 같아 항상 코로나 얘기는 조심히 하게 됩니다. 제가 입은 그런 피해는 속이 상하는 것이지 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Q. 그리는 게 직업인 건 어떤 기분이신가요? 작업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예술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충이 있다면 어떤 점들이 있으신지, 요즘은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모두가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아무래도 특별한 수입이 없다는 것과 대단히 안정적이지 못한 수입에서 오는 불안감은 굉장히 큰 고충이자 고민일 것입니다. 사실 저는 먼 미래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서 나중에도 '상황이 지금과 다르지 않으면 어쩌지? 나중에 뭐 해 먹고 살지?’ 하는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눈앞에 닥친 것을 잘 해결해 나가는 것에 더 집중하는 편이라 당장보다 더 나은 작업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고민 등이 지금으로써는 더 큰 고민인 것 같습니다.
Q. 그렇군요.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말이 생각나는 답변 같아요.(웃음) 혹시,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계셨을 것 같나요? 요즘은 부캐가 보편화된 세상인데, 살아 보고 싶은 다른 삶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만약 다른 삶을 살아볼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삶을 살아 보고 싶으세요?
저는 커피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20대 초반부터 커피 로스팅을 직접 하며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셨습니다. 지금은 저만의 비율로 여러 가지 원두를 블렌딩해 융 드립으로 커피를 즐기고 있는데 아마 작가가 되지 않았으면 열고 싶을때 열고, 닫고 싶을때 닫고, 주고 싶은 커피 아무거나 주는 굉장히 자유분방한 한량 같은 커피숍 사장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웃음)
Q. 작가님께 미술 혹은 예술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내 삶에 있어서 예술은 OOO이다." 의 형태로 한 문장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전 그저 예술 쪽의 재능을 조금 빌려 이 길을 막 걷기 시작했을 뿐이니 거창하게 표현하기는 조금 그렇고 내 삶에 있어서 예술은 ‘그렇게 될 일이 결국 그렇게 된 것’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Q. 2021년 기섭 작가님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자리가 있을까요? 2021년 작가님의 계획이 궁금해요.
네! 다음 달 7월에 갤러리 탐에서 기획하는 개인전 (남양주 탐앤탐스 블랙 파드점) 과 12월 시흥의 나인웰스 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협의 중인 전시가 있으니 확정이 되면 제 홈페이지 뉴스(News)난에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Q. 올해가 한국 나이로는 3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제 나이의 끝이 9로 끝나는 해가 되면 기분이 묘하면서 뭔가 해야 할 것만 같고 정리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티스트 김기섭말고, 그냥 올해39살이 된 김기섭이 30 대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하고자 하는 계획이 따로 있으실까요?
특별하게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만 아마 10대의 마지막이나 20대의 마지막과는 분명 조금 다른 기분이 들 것 같기는 합니다. 저는 술을 즐기지 않지만 아마 12월 31일 밤이 되면 맥주 한잔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Q. 지금으로부터 10년 뒤, 작가님은 어떤 삶을 살고 계실 것 같나요? 그리고 그때 오늘의 작가님에게 해주고 싶은 말 한마디가 있다면 어떤 말일까요?
10년 후면 경력도 더 쌓이고 인지도도 더 올라가 지금보다는 더 유명해지고 조금은 알려진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생활 자체는 아마 지금과 별로 다르지는 않을거예요. 일어나서 작업실 가서 작업하고 전시하고 그냥 계속 그리고 계속 전시하는 저는 계속 그런 작가이지 않을까요? 10년 정도 후면... 사람들에게는 작품 한 번씩은 어디서 분명히 본 적 있는 작가라는 소리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오늘’의 인터뷰를 회상하는 날이 온다면 저 자신에게 ‘고생했어! 조금만 더 힘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네요.
“작가 김기섭에게 있어 예술은
‘그렇게 될 일이 결국 그렇게 된 것’ 입니다."
김기섭 (Kiseob Kim), 1983-
서울에서 활동
김기섭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자연을 소재로 하여 그림을 그린다. 자기만의 내면과 무한한 영감을 제공하는 자연을 소재로 하여 추상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 <Cosmic Space>, <Internal Universe> 2019년 한가람 미술관 <문예 비엔날레 저작걸이>전시에 참여하였다. 2018년 윤승 갤러리 우수작가전 및 K Painting Project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Education
2015 Pratt Institute Brooklyn, New York
- Master of Fine Art
2012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Chicago, Illinois
- Bachelor of Fine Art
2010 Lakeland University Sheboygan, Wisconsin
- Bachelor of Art
Exhibition
Solo Show
2021 Cosmic Space 전, 수호 갤러리, 분당
2021 Internal Universe 전, 갤러리 더 플럭스, 서울
2020 The Cosmos 전, 아트라운지 취화담, 서울
2020 우주의 시 II 전, 아트 스페이스 그로브, 서울
2020 Cosmo - 전, 가고시포 갤러리, 서울
2019 the Cosmic Verses 전, 영은 미술관, 경기
2019 문예 비엔날레 저작걸이 부스 개인전, 한가람 미술관, 서울
2019 ILU-ism 전, 리디아 갤러리, 서울
2018 Colour-ism II 전, 일호 갤러리, 서울
2018 K Painting Project 우수작가전, 윤승 갤러리, 서울
2018 Utopia 전, 갤러리 도스, 서울
2017 Color Blooming 전, 갤러리 너트, 서울
2017 Colour Addict 전, 가고시포 갤러리, 서울
2017 Colour-ism 전, 서진 아트 스페이스, 서울
2015 Share My World 전, Steuben Gallery, 뉴욕
Group Show
2021 Showing Gallery 전, 갤러리 다함, 경기
2020 수호 아트 콘서트, 수호 갤러리, 분당
2020 Subtle Frame 3인전, 가고시포 갤러리, 서울
2020 Internal Space 2인전, H Contemporary 갤러리, 경기
2019 영아티스트전, 미누 현대 미술관, 경기
2019 신진작가 공모전 수상작 전시, 콩세유 갤러리, 서울
2019 Invisible 전, 갤러리 나무, 인천
2019 Oneirism 2인전, 가고시포 갤러리, 서울
2019 Blossom 전, 일호 갤러리, 서울
2019 경기 미술 대전 당선작 전시, 경기도 문화의 전당, 경기
2019 Get Across 전, 클랭블루 갤러리, 제주
2019 Spare Moment in Art 전, 아트모라 갤러리, 뉴욕
2019 영 아티스트 - 기억의 창고 전, 갤러리두, 서울
2018 서리풀 Art for Art 대상전 수상 작품 전시회, 한전 아트 센터, 서울
2018 한국 미술 국제 대전 수상 작품 전시회, 용산 아트홀, 서울
2018 New Age Art 전, 올미 아트 스페이스, 서울
2018 Mix & Match 전, 토카아트, 서울
2018 꿈과 마주치다 전, 일호 갤러리, 서울
2017 11월의 선물 전, 갤러리 너트, 서울
2017 아티스트 만세, 작가 중심 연구소 전, 블루스퀘어 네모 갤러리, 서울
2017 단전으로의 접속 전, 가고시포 갤러리, 서울
2017 100만원 균일가 전, 영아트 갤러리, 서울
2017 Abstract Mind 전, CICA 미술관, 경기
2017 CNA 전, 푸에스토 갤러리, 서울
2016 아트 기프트 전, 동서 미술관, 서울
2016 Rover 2016 전, StarrSpace Gallery, 뉴욕
2015 CNA 전, Crude Creatures Contemporary Art Gallery, 시카고
2015 개관전, 미카티 갤러리, 부산, 한국
2015 초록 우산 어린이 재단 부산, 한국
2015 All Good 전, Guddahl Gallery, 뉴욕
2015 Signs of Life 전, The Boiler at Pierogi Gallery, 뉴욕
2009 Lakeland University Art Exhibition 쉬보이건, 위스컨신
Art Fair
2020 Beauty in Grace,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in Korea
2019 경남 국제 아트 페어 in Korea
2018 Edinburgh Art Fair in UK
2018 Affordable Art Fair in Singapore
2017 Asia Contemporary Art Show in Hong Kong
Artist Residency
2019 영은 미술관 단기 입주작가 11기
작품 경매
2021 02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케이 옥션, 서울
2020 12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케이 옥션, 서울
2020 09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케이 옥션, 서울
2020 07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케이 옥션, 서울
2020 06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케이 옥션, 서울
Award
2019 콩세유 갤러리 신진작가 공모전 신진작가상
2019 경기 미술 대전 입선
2018 윤승 갤러리 우수작가전 및 K Painting Project 대상
2018 서리풀 Art for Art 대상전 입선
2018 한국 미술 국제 대전 특선
2016 Light Space & Time Online Gallery Abstracts Art Exhibition Special Merit Award
2015 Gallery For.Me Online Gallery Runner up
2013 - 2014 Merit Scholarship at Pratt Institute
2011 - 2012 Merit Scholarship at SAIC
2007 - 2010 Lakeland College Scholarship
2009 Lakeland College Art Exhibition People’s Choice Award
Contact
이메일_ alliges@gmail.com
웹사이드_ https://www.kiseobkim.com/
인스타그램_ @kimkis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