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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Mar 24. 2022

Emotion Insights 14 - 사랑

'어느 날 문득, 귓가에 들려오는 그 목소리....'  

어디선가, 어떤 책을 읽다가 위와 같은 문장을 발견한다면 바로 그 순간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모양일까요? 또는 어떤 색상과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을까요?


아마도 이렇게 누군가의 목소리만 상상하는 데도 마음이 흔들리고 손에 땀이 베기 시작한다면 그건 바로 의심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일 테죠.



https://www.youtube.com/watch?v=LoXqkUZW7do



그런 간절하고 애잔하게 누군가를 향하는 마음을 생상스는 그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를 통해 재현해 내고 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애절하게 시작되는 데릴라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이 사랑의 아리아는 안타깝게도 진실된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삼손의 비밀을 알기 위한 거짓 사랑이었죠. 


하지만 이토록 절절이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며 사랑을 애타게 부르는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에 과연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토마스 만은 명저 <파우스트 박사>에서, 아주 명석하고 논리적인 음악을 작곡하고 또 작곡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렇기에 마치 감정이 없는 것 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주인공 아드리안 레버퀸(소설에서 12음 기법을 발견해 낸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의 마음조차 흔들리게 하는 저항할 수 없는 음악으로 바로 이 곡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사랑이란 감정이 항상 델릴라의 음성처럼 열정적이고 매혹적이기만 할 수는 없겠죠.


프랑스와 제라르 <큐피드와 프시케>



그리스 신화 속에서 다른 사람과 신들을 사랑에 빠뜨리던 큐피드 본인이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그려낸 프랑스와 제라르의 그림을 통해 우리는 순수하고 깨끗해서 때 묻지 않은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음의 결핍과 공허를 메워줄 꾸미지 않은 순수함 그리고 솔직함, 아마도 우리 모두는 첫사랑을 하고 있을 때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느끼는 사랑도 이와 같은 종류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 또 하나의 미술작품이 사랑이란 감정에 관한 색다른 시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읽다 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젊은 시절, 우리들의 마음속에도 니체가 지적하는 것처럼 질풍노도처럼 밀려드는 아래와 같은 생각이 있었을 듯싶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불굴의 모험적인 호기심이 그의 모든 감각에서 불타오르고 불꽃이 흔들거린다. 여기서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어 - 이렇게 단호한 목소리와 유혹이 울려 퍼진다"


 그러고 나서 니체는 우리가 박차고 나가려는 것들의 정체를 하나씩 밝히는데, 그중에서 이런 언급이 있네요.
 
 "여기 그리고 집에 라는 말은 그가 지금껏 사랑해온 모든 것을 의미한다!"
 
 아! 이 구절을 읽다 보니, 그녀가 사랑한 그리고 그녀가 아껴온 모든 사람과의 감정들을 공간에 담고 있는 영국의 개념 미술가 트레이시 에민이 떠오릅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설치 작품을 통해 그녀는 이런 감정을 시각화해 내고 있는데요, 


 

트레이시 에민 <더 텐트, Everyone I Have Ever Slept With 1963–1995>



무엇인가 숫자와 글씨 등이 덕지덕지 텐트 안팎에 기워진 이 작품은 제목도 <더 텐트>입니다.


작가가 여성이다 보니 처음 공개되었을 때, 작가가 자신의 애정행각에 대해 스스로 밝히고 있는 자백이라고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작품의 부제에 어떤 연도가 표시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자신이 태어난 해인 1963년부터 이 작품이 완성된 1995년까지 제목에 붙은 부제가 보여주는 기간은 문자 그대로 자신이 한 지붕 아래에서 잠을 잔 모든 사람들에 관한 기억을 추억하는 작품입니다.





 텐트 내부에 붙어 있는 이름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자신의 부모와 가족이 있고, 어린 시절 밤새 키득거리며 슬립오버를 했을법한 친구들이 있고 그리고 당연히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텐트(집)는 그렇기에 작가 자신이 믿고 사랑했던, 그렇기에 안심하고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잠을 잘 수 있는, 앞에서 인용했던 니체식 표현으로 "그녀가 지금껏 사랑해 온 모든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기고 있는데, 


 "You don't do that with someone you don't love and don't care about “

"여러분이 사랑하거나 아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같은 지붕 아래에서 잠을 자지 않겠죠"






고전적인 사랑에서는 지고지순한 무조건적인 숭배와 무한한 흠모를 찬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 행진곡 등으로 유명한 바그너는 특히 이런 희생적인 면모를 가진 사랑을 선호해서 그의 오페라 작품 속에 삽입하고 있는데 <탄호이저>에 나오는 "저녁별의 노래"가 대표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Ru-aRFEsAc



 주인공 탄호이저와 그를 사랑하는 그렇기에 기꺼이 탄호이저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엘리자베트 그리고 엘리자베트를 사랑하는 볼프람을 중심으로 사랑 희생 그리고 구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 오페라에서 볼프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엘리자베트에 대한 간절한 애정을 저녁별에 빗대어 노래합니다.



"오 나의 사랑스러운 저녁별이여,
 너를 지나치는 그녀에게 나의 인사를 남겨주기를"
 

주인공 엘리자베트를 향한 볼프람의 외사랑을 밖으로 드러내는 순간이어서 그런지 더욱더 슬프고 감미로운 감정이 전달되는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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