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차례는 저였어요.

by 혼잣말 수다쟁이

월요일 아침. 퇴사 욕구를 잠재우며 출근길에 올랐다.

여느 때와 똑같이 금방 일어날 것 같은 사람 앞에 서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앞에 앉은 30대로 보이는 남성은 두 손으로 책을 펴 두고선

주변을 살피기에 바빠 보였다.


책을 펴두고도 눈은 책으로 향하지 않고 두리번거리는 걸 보니,

책에는 딱히 흥미가 없는 듯했다.


3 정거장쯤 지났을 때 내 옆에는 왼쪽 팔에 깁스를 한 여성이 자리했다.

그리고 또 몇 정거장이 지나갈 동안 내 앞자리 남성은 계속해서 두리번거렸다.


독서에 집중이 되질 않아 이북 리더기로 최대한 그의 얼굴과 몸을 가렸다.


그러다 그 남성이 내릴 채비를 하기 시작해, 나도 앉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 걸.


남성이 일어서더니 내 옆에 서 있던 여성분께 생색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앉으세요.'


이 한 마디가 나를 왜 그렇게 화나게 했는지 모르겠다.


월요일이라서?

출근길이라서?

아니면, 대자연의 섭리로 인한 PMS 중이라서?


혼자 그 짧은 찰나에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드는 동안

그녀는 아주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자리에 앉았다.


서울 지하철에서 앉은 이 앞에 서 있는 이가 자리의 다음 주인이란 것은

암묵적 룰처럼 굴러가던 것인데,

그 사소한 것이 부정당했단 것이 너무도 나를 화나게 했다.


그가 본인의 인류애를 뽐내고 싶었다면,

그녀를 발견했던 즉시 본인의 자리를 양보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나는 그가 인류애 충만한 사람이라고 기억했을 것이다.


본인은 편하게 끝까지 앉아서 가놓고,

왜 나의 다리 안부는 무시하는 것인가.


아, 이 사소한 일 자체에 이렇게도 화가 나는 이유는.

한쪽 팔을 깁스한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이기적인 나한테 실망한 감정을 모른 척하고 그에게 씌우기 위한

얄팍한 나의 술수인 걸까.


모르겠고, 너무 화가 난다.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것은 '월요일 출근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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