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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십 살 김순남 Apr 06. 2024

위층 아이


우리집 위층에 새댁이 이사온 지 수 년이 되었다. 이사 온 첫날, 보기 드물게 떡을 돌린다.     

 

"우리 애들이 많이 뛰어서 시끄러우실거예요"      


“괜찮아요”

      

내 나이가 몇 인데 그런 걸 이해 못하리. 그 후로 엘리베이터서 만나기만 하면 거듭 머리를 조아린다.      


"우리 애들 때문에 시끄럽지요?"      


"하나도 안 뛰던데요. 암 소리도 안들려요. 애들이 얌전한 가 봐요"      


그 후로도 만날 때마다 "우리 애들이 뛰어서.." 하며 미안해 했다. 내가 그런면에서 좀 둔하긴 하지만, 정말 전혀 뛰는 소리를 느끼지 못했다.     


신랑이 어선을 타는데 배타고 나갔다 왔다면서 가끔 싱싱한 생선을 주고 간다. 그것도 깨끗하게 장만을 해서. 나이든 부부가 사니까 대접해 주나 보다 하고 감사히 받고서는 뭔가 답례를 해야겠는데, 마땅한 게 없다. 내가 다른 노인처럼 텃밭이라도 가꾸고 있다면 싱싱한 무공해 야채라도 줄텐데 그럴 형편이 아니라 생각 끝에 아이들 간식거리로 요구루트, 아이스크림,  제철 과일도 우리것을 사면서 조금 더 사서 가져다 주기도 했다.      


올라갈 때마다 문 앞에 있는 아이들 유모차를 본다. 쌍둥이 태우고 다니는 큰 유모차도 있다. 쌍둥이인가? 지레 짐작만 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린가 보다, 한창 키우느라 힘들겠다만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아이 데리고 다니는 것을 못 봤다. 나도 사람들과 모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일을 하러 나가기도 하고, 또 새댁과 가깝게 지낼 연배가 아니어서, 쌍방에 예의를 갖추며 좋은 이웃으로 지낼 뿐이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어느 주말, 산책 하러 나오는데 저만치서 유모차를 끌고 부지런히 가는 새댁을 봤다. 아기들을 데리고 나왔구나!! 반가운 마음에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뛰어가 새댁 앞에 섰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고 안을 들여다 보는데..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반가운 듯, 


“우리 애들이 너무 뛰죠. 잠시를 안 있어요. 얼마나 발발거리는지.”      


그제야 알았다. 그 아이가 그 아이가 아니라, 그 아이란 것을. 내가 너무 놀란 표정으로 저의들을 봐서, 저의도 놀라서였을까? 두 놈이 곤두서는 모소리로 소리를 맞춰 캉!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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