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그림을 삼D로 상상하기
당시 (도쿄예술대학 졸업 후) 나는 어린이들에게 그림 지도를 하고 있었는데 어린이가 항상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는 과정에 어린이의 표현 밑바닥에는 사물에 대한 예리한 리얼리티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어린이에게 제공하는 그림책은 어른 머리 속에서 그려 낸 사탕발림식의 대충대충 그린 그림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얼리티가 있는 그림, 어른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그림, 고도의 예술성을 지닌 그림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시에 어린이 생활 체험 속에서 그림책이 차지하는 가치를 새삼스럽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나카타니 치요코라는 일본의 그림책 작가가 한 말입니다.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 마쯔이 다다시/2013 한림출판사) 이 글을 보고 내 아이의 정서와 세계관, 가치관을 형성하는 그림책 고르기가 얼마나 어렵고 중한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책은 잘 골라야 한다, 어떻게?
세상에 좋은 그림책이 어찌나 많은지요. 그 속에 무슨무슨 상을 받은 것도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상을 받았거나 어른의 눈에 수려한 그림이 내 아이한테 재미있으란 법이 없더군요. 수많은 그림책을 고르고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에게 그림책을 골라주는 나름의 '보는 눈'과 '기준'이 생겼습니다.
제 기준은,
1. 아이의 현재 관심사가 포함되어 있는지
2. 다양한 문화권의 이야기, 가치가 담겼는지.
3. 글, 그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맺음이 완성도가 있는지
를 봅니다. 그런 기준으로 뽑은 1-3세 그림책 10권을 이전에 소개드렸죠^^ (아래 포스팅)
https://brunch.co.kr/@milkybaby4u/99
그림책으로 놀자
오늘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그림책으로 노는 방법을 소개합니다^_^ 단순히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에서 나아가, 그림책을 입체적으로 접근하면 장난감이 된다는 사실을 아이를 통해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바로는, 놀이를 위한 책은 구멍이 뚫리거나, 반사가 되거나, 두꺼운 용지의 그림책이 놀이에 더 적합하더군요. 팝업북도 더없이 좋습니다만 팝업북은 원체 3d 이므로 제외^^!
1. 그림자놀이
프랑스 국민 그림책 작가, 에르베 튈레의 그림자 놀이라는 책은 두꺼운 종이에, 멋진 그림이 뚫려있습니다. 저 또한 이런 식으로 그림자 카드를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검색해 보니 이렇게 책으로 나와 있더군요! 냉큼 구매! 프랑스의 예술적인 감각도 함께 느낄 수 있어요.
내용은 아빠와 숲속에 들어가 동물들을 발견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3살 때는 어두운 곳에서 보여주니 '무섭다'는 반응이었는데, 4살쯤 되니 이 그림자 놀이를 제대로 즐깁니다. (매일매일 해달라고ㅠㅠ) 스스로 손으로 그림자를 만들어 역할에 참여하기도 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스탠드나, 핸드폰 플레시를 켜 두고, 자기 전 하는 놀이로 추천!
2. 빨래, 마트놀이
세탁기와 마트계산기 장난감을 대령하지 않고도, 책만 가지고 빨래와 마트놀이가 가능합니다. 사실 밀키는 책으로 하는 것을 더 재미있어 하니 제가 더 의아할 정도입니다. 기본 10번은 반복하는 것 같아요. (잠깐 눈물좀 닦고...)
위 그림책 소개 동영상에서도 자세히 소개드린, My green day라는 책은 장마다 다양한 모양으로 제본이 되어있어, 아이들이 여러 상상력을 동원해서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세탁기에선 자신의 양말을 넣고 빨곤 하며, 마트 부분에서는 '어서오세요'가 저절로 튀어나오는 식으로요. 한권의 책으로 여러가지 상상 놀이가 가능합니다.
세탁기는 너무 좋아해서 너덜거리는 바람에 따로 폼보드로 만들어 줬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면 엄마가 잠깐의 시간을 내어 만들어줘도 좋은 것 같아요^_^
3. 반사놀이
1번과 같은, 에르베 튈레의 책입니다. 도형 모양의 구멍이 크기별로 뚫려있고, 매 페이지가 반사되는 신기한 책입니다.
이 책을 어떻게 가지고 놀까, 제 나름의 고민을 했습니다만, 아이는 의외로 쉽게 접근하더군요.
밀키는 책을 세워놓고 구멍을 창문삼아, 인형의 집을 꾸미고 놉니다. 순식간에 전신 거울이 있는 집이 되었죠! 누군가 찾아오고,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반사로 인해 장난감 한 개가 여러 개로 보이면 하나씩 수를 세기도 하고, 자기 얼굴을 비춰 보면서 거울의 특성도 알아갑니다. 아이에게는 흥미로운 탐험의 시간!
4. 먹는 놀이
'국민 애벌레' 라고 불리는 이 책은 여러 국가에서도 '국민' 책이죠^^ 종이도 두껍고, 색감도 아름다우며, 실을 꿰면서 놀 수 있으니까요.
밀키와 저는 오히려 실을 꿰는 것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안에 나온 먹을 것을 세어보고, 다투어 먹는 놀이를 자주 해요. 아이용 젓가락을 사용하며 먹는 놀이를 하면 소근육도 잘 발달되죠.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 않는 음식도 살펴보고, 다른 나라의 식문화도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어요~
아이와의 새로운 놀이는 당연한 것에서 약간만 시선을 틀면 보이는 것 같아요. 그 시선의 각도에서 아이와 엄마의 창의력이 발휘되는 것 같고요.
책으로 놀다보면 어느 새, 책과 친근해져서 노는 것과 읽는 것의 경계가 없어지고, 더 책을 자주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독서에 대한 딱딱한 편견을 버리고, 아이와 물렁하고 유연한 눈높이로 함께 그림책을 접해보세요!
●관련 포스팅
https://brunch.co.kr/@milkybaby4u/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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