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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Mar 20. 2019

"임신이 벼슬인가요? 그것 달면 좀 나아요?"

밀키베이비 x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콜라보

© 김우영


맘블레스유 제 1 화

여성으로 일하고, 연애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것 모두 선택의 연속이죠. 육아와 라이프 고민을 함께 들어보고, 밀키베이비가 그림 에세이로 답하는 '맘블레스유' 첫번째 시간이에요. 많은 분들이 진솔한 고민과 질문을 보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맘블레스유 첫번째 주제는 바로 '임산부 배려석'이에요. 함께 생각해보고, 의견 나눠요!



Q

"임신이 벼슬인가요? 그것 좀 달면 나아요?"

지하철 임산부 석에 앉으려는 제 가슴팍에 달린 배지를 보고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A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고충을 접할 때마다 저 또한 가슴 답답함을 넘어, 저런 몰지각한 언행이 실제로 있는 일인가 싶어 화가 났습니다.


핑크색 가시방석, 누구를 위한 의자인가?


임산부 배려석이 생긴 해는 2013년이에요. 벌써 5년이 지났건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최근엔 임산부 배려석에 X자로 낙서를 한 사건도 있었죠. 배려는 의무가 아니지만 배려를 의도한 일이 혐오로 이어진다면 분명 잘못된 것이에요.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의 의견들을 찾아봤어요. 임산부를 위한 시도가 누가 앉을 수 있냐의 논쟁으로 격하게 변질되고 있더라고요.  


저는 임산부 배려석을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정책의 시작은 '네가 형이니까 걍 동생에게 양보해줘'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임산부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모르면, 왜 배려해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죠. 임산부의 힘든 점에 대해 공감이 가도록 먼저 알려주고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핑크색 좌석을 마련했으면 논란이 이처럼 가중되진 않았을 것 같아요.



© 김우영

배려가 선순환되는 사회


제가 임산부였을 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해코지에 대한 공포'였어요. 자리를 비켜달라고 감히 요청할 수 없었고, 방어할 수 없는 해코지를 당하느니 안 앉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컸죠. 배가 무겁고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던 수개월간 몇 번은 선의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 앉았고, 모른척하던 사람들도 만나고, 가끔은 자금의 압박에 시달려도 택시를 이용하고, 지하철 입덧이 없음에 감사해야 했죠.


그러면서 생각한 건, 내가 그동안 임산부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나였습니다. '왜 아무데서도 알려주지 않지? 이렇게 힘든걸?' 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멀리서 D자 실루엣이 보이면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양보 준비를 합니다.



© 김우영

뉴질랜드에서 사는 지인에게 들은 말이 떠오릅니다. 그 지인은 무상으로 남을 돕는 일을 수년간 해왔는데요,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냐는 물음에 내 선의가 언젠가 반드시 내게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라고 했습니다.


선진국인 한국 사회에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면 이 믿음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임신한 분을 암묵적으로 배려하고, '나중엔 내게도 누군가 친절하게 대해줄 거야' 라고 믿으면 사람 간의, 선의의 온도는 더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것을 휠체어를 탄 승객이 안전하게 탑승하도록 5분이고 10분이고 기다려주는 캐나다의 버스에서, 밀키의 유모차를 들어 옮겨주던 핀란드 지하철의 낯선 누군가에게서, 그리고 임신한 제게 어서 앉으라며 자리를 양보해 주던 서울의 한 초로의 노인분께 느꼈습니다. 


작은 배려가 이어지면 '살기 좋은 도시'라는 꽤 큰 것을 얻을 수 있어요. 임산부 배려석을 통해 배려가 선순환되는 사회로 발돋음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밀키베이비 작가, 김우영


그림작가. 밀키베이비 육아툰을 연재하며 그림 에세이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을 출간했다.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에 관한 그림을 일본과 대만 및 국내 여러 전시에 출품했다. <삼성>, <네이버>, <카카오>, <포포인츠바이쉐라톤> 등 다수의 기업 + 출판사와 일러스트레이션 콜라보 작업을 했다.

아이와의 아트놀이를 연구하고 종종 키즈 아트 클래스도 연다. 인스타그램 @milkybaby4u 및 밀키베이비 유튜브에서 그림 소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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