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는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주인공 찰리는 황금빛 티켓을 얻어 초콜릿 공장을 가게 됩니다. 이 황금빛 티켓이 제게 주어질 줄이야! 저는 초콜릿 공장 대신, 독일 장난감 공장에 다녀왔지만요. 유럽 장난감과 교구를 한국에 독점 수입하는 (주)나비타의 토이 큐레이터로서, 그리고 아트 분야의 인플루언서로 선정되어 독일로 초청되는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마침 개인적인 일정도 맞아서 독일 출장길에 올랐어요.
저는 밀키를 키우면서도 1~2년에 한 번씩 해외의 문화와 예술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꼭 만들어요. 저의 연례행사는 삶에, 그리고 작품에 큰 영감을 줘요. 20대에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 덕분에 육아를 하면서도 이 활동을 쭉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고요.
출산 후 첫 글로벌 활동은 Korea-Japan creators exchange project의 아티스트로 뽑혀 일본의 생활문화와 전통 예술을 체험하고, 한국 작가들끼리 그룹 전시를 연 것이었어요. 이후 대만에서 밀키와 설치부터 함께한 그림 전시를 비롯, 태국 글로벌 인플루언서 프로젝트인 6 senses of Local Experience by Amazing Thailand의 한국 대표로 뽑혀 태국 북부의 문화와 예술을 경험해 보았어요. 이번 독일 탐방도 제 활동의 연장선상이에요. 이번엔 독일에 가기 직전까지 아트와 놀이에 대한 제 책을 쓰던 중이어서 놀이와 교육에 대한 목표의식을 뚜렷하게 가지고 다녀올 수 있었어요.
독일 슐라이히 본사에서
시쿠 본사에 마련된 제 자리
창작자의 시선으로 본 독일의 장난감과 놀이
독일로 향하는 루프트한자 비행기 안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았어요. 영화 중간에 퀸 멤버들이 스튜디오를 실험실로 만들어서 악기가 아닌 물건들을 두드리고 부시며 소리의 발견을 하는 장면이 깊이 뇌리에 남았죠. 그들에게 음악은 곧 놀이였고, 소리를 남다르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전설적인 음악이 탄생하게 된 열쇠였어요.
아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재료와 방식을 대하고, 놀이처럼 신나게 즐기는 태도. 이는 제가 아트를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했어요. 이를 북돋아주는 도구가 꼭 저처럼 아트 재료일 필요도 없고 때론 자연물이 될 수도, 때론 장난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퀸처럼 열린 사고방식을 갖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답을 찾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보고, 배워야 했죠.
이번에 저는 유럽에서 판매량 Top 10위 안에 드는 독일의 장난감 브랜드 다섯 군데의 본사와 공장에 가서 직접 제조 과정을 살펴보고, 디자인과 기획 과정에 참여해 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또한 뉘른베르크 장난감 박물관, 유럽에서 가장 큰 장난감 숍, 프뢰벨 기념관, 독일 현지 유치원 세 곳 탐방 등 놀이와 교육이 집중된 장소를 방문하며 독일 현지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UX 디자이너이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시선으로 본 독일의 장난감과 놀이에 대한 생각, 그리고 저의 경험을 10편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에요.
독일 슐라이히에서 한국 인플루언서를 환영해 주었어요.
독일 하바 본사에서 가진 재미있는 보드게임 시간
프뢰벨 박물관에서 가베 강의도 듣고
슈피스타빌 본사에서 제품에 밀키베이비 그림을 그리기도 했어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필요한 놀이는 무엇인가
제가 방문할 곳들은 모두 전통적인 장난감을 생산하고 있어요. 세상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는데, 아날로그 장난감을 고집하는 것이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가격도 일반적인 장난감보다 2-3배 비싼. 소위 명품 장난감들이었죠. 비싸다고 다 좋은 장난감은 아닐 텐데, 어떤 장난감, 그리고 놀이가 아이들에게 진짜 유익한 것인지 고민이 되었어요. 여러 가지 질문과 설렘을 품고 독일의 뮌헨에 도착했고, 제 안의 의문과 고정관념을 푸는 과정이 시작되었죠.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번 탐방에서 얻을 수 있었을까요? 앞으로 연재하는 밀키베이비 독일 시리즈, 많이 기대해 주세요.
그림작가 김우영
밀키베이비라는 필명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카카오 UX 디자이너이자 밀키의 엄마.<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을 출간하고, 전시와 아트워크숍을 종종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