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라이히 본사에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바로, 스머프! 슐라이히는 스머프나 마블 같은 유명한 캐릭터부터 동물 피규어를 생산하는 독일의 장난감 회사예요. 세계적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고, 역사가 깊은 회사라 꼭 한번 들르고 싶었죠. 사장님과 직원들은 저를 비롯 처음 만난 한국의 인플루언서들을 격의 없이 대해주고 농담을 주고받았어요.
인플루언서 회의를 마치고 슐라이히 쇼룸, 디자인팀 사무실, 공장을 찬찬히 둘러보았어요. 1층에는 직원들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독일 어른이 간식이 있어서 조금 맛을 보기도 했어요. 84살 먹은 회사지만 마치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사무실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죠.
슐라이히 장난감은 몸에 해로운 가소재를 안 써서 딱딱해요. 이런 딱딱함을 불평할 법도 한데 밀키는 전혀 상관없다고 해요. 아이는 슐라이히 동물 피규어를 찰흙이나 듀플로 레고와 섞어 놀기도 해요. 밀키가 좋아하는 동물뿐 아니라, 드래건, 요정 등 상상 놀이를 할 수 있게 종류가 다양해서 마음껏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놀곤 하죠.
단점이 있다면... 종류별로 구비하기엔 저렴한 편은 아니라는 것이에요. Schleich라고 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연관 검색어로 'expensive' 라고 뜨죠. 외국에서도 값좀 나가는 피규어로 취급되는 제품이에요. 후기들을 살펴보니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제 자기 자식들은 나이가 들어 안가지고 노니 손자, 손녀에게 물려줘야겠다’ 라는 리뷰, ‘값싼 플라스틱 제품 100개보다 퀄리티 높은 한개가 더 좋다’는 슐라이히부심같은게 보였어요. 오래 연구해서 만든 만큼,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여겨지는 장난감이었죠.
슐라이히 본사의 디자인실에 가볼 수 있었어요. 이 곳 디자이너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였는데, 업종은 살짝 다르지만 같은 디자이너라서 반갑고 흥미진진했어요. 한 디자이너분이 동물의 근육을 관찰하면서 직접 목업을 조각 툴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었어요. 실제 존재하는 동물뿐 아니라 상상 속 동물들을 기획하고 3D 작업을 하는 것, 컨셉아트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특별히 볼 수 있었어요. 마구잡이로 장난감이 만들어지고 쉽게 버려지는 요즘, 찾아보기 힘든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어요.
최근 밀키베이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방법을 연재하고 있는데요. 동물 그림을 그릴 때는 슐라이히 피규어를 백분 활용해요. 근육이나 털 모양이 실제와 가깝게 구현되어있어 그림 공부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죠.
놀랍게도, 제가 직접 피규어에 채색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채색이 안되어있는 동물 피규어 중에 밀키가 좋아하는 양을 골라 에어브러시로 살살 뿌려 보았어요. 물감을 다루는 저도 에어브러시는 처음이라 조금 어려웠어요. (피규어 마니아라면 쉬웠을지도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분야였죠.
이 곳 디자인팀에서는 하나의 동물 모델을 만드는데 1-2달이 걸릴 정도로 정성을 쏟는다고 해요. 과정을 알고, 직접 해보고 나니 인플루언서들을 위해 마련해준 특별한 한정판 피규어들이 더욱 귀해 보였어요. 자세한 투어 과정은 아래 영상에 담았어요^^
슐라이히 동물 제품들 중에 특히 '말'이 많은 이유가 궁금했어요. 유럽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동네 운동하듯(?) 승마를 한다고 해요. 개와 고양이만큼 친숙하게 여기는 동물이 바로 말인 것이죠.
슐라이히에는 승마클럽이라는 만화를 연재해서 캐릭터와 스토리를 개발하고 있어요. 브로셔에 웹툰을 담거나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하는 등 장난감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고, 이건 다른 브랜드와 큰 차별점 이었어요.이런 자체적인 마케팅 노력뿐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놀이를 하며 영상으로 올리는 콘테스트,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이벤트 등의 방식으로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었어요. 이 브랜드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