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베이비 독일 장난감 여행
"자, 이제부터 회의를 시작해 봅시다."
회사에서 회의라고 하면 보통 책상을 맞붙이고 앉아 상사의 입을 쳐다보기 마련이죠. 하지만 독일의 모든 회사와의 미팅에서는 모두 동그랗게 둘러앉아 한 사람씩 돌아가며 말을 했어요. 자기가 하는 일도 소개하고, 질의응답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토론을 했죠. 이런 문화가 한국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독일 사람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앉아 토론식 수업을 한다고 해요.
가장 커다랗고 아름다운 원형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곳은 바로 슈필스타빌이에요. 카프리썬을 만드는 음료 회사가 모회사이기도 해요. 슈필스타빌의 본사에 들어가 보니 과일을 테마로 한 예술 작품들이 가득해서 회사가 아니라, 아트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어요.
슈필스타빌의 메인 제품은 모래놀이 세트. 다른 장난감 회사들처럼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만족감을 느끼려면 선택지가 적어야 한다고 믿는 저로서는 장점으로 여겨졌어요. 또한 슈필스타빌 본사를 방문하고 나서 느낀 점은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브랜드라는 것이었어요.
슈필스타빌의 모래놀이 장난감은 아이들의 놀이 행태를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는 구성이에요. 땅파기, 물 뿌리기, 집짓기 등 기본 기능에 충실해서 밀키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중 하나죠. 겉보기엔 다른 모래놀이 세트와 다를 바 없지만, 만져보면 식기세척기에 돌려도 될 정도로 견고함을 느낄 수 있어요.
제가 중요하게 본 것은 바로 놀잇감의 디자인과 사용성이었어요. 아이가 이 브랜드의 제품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쭉 지켜보면서 어린이에게 적당한 손잡이 크기와 무게, 예쁜 굴곡과 깔끔한 마감에 감탄했어요. 수년간 디자인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정의한 저의 좋은 디자인이란, ‘쓰는 이에게 보이지 않지만, 편의성과 사용성을 높여 주는 디자인이 진짜 좋은 디자인’ 인데요. 어린이가 어떤 방식으로 놀든, 제 기능을 다할 수 있게 면밀히 설계한 디자인이 한눈에 보였어요. 그래서 독일에 오기 전부터 슈피스타빌의 본사 방문을 무척 기대하고 있었고, 초대되어서 기뻤죠.
독일 사람들은 선물을 준비할 때 서프라이즈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슈필스타빌의 직원이 "한국을 위해 우리가 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이 있어. 지금부터 보여줄 테니 놀랄 준비 해~"라고 했죠. 이들이 보여준 것들은 모래놀이 장난감의 기능에서 완전히 벗어난 창의적인 놀이 방법들이었어요. 브랜드 스스로가 만든 틀을 벗어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데, 이들은 참신한 방법으로 자사의 틀을 깨며 브랜드를 기억에 남게 만들었어요. 그 활동들은 예를 들면,
모래놀이 삽으로 탁구 치기 (사장님이 허락하신건지...!?ㅋㅋㅋ)
아이스크림 콘으로 ‘태극기’ 만들어주기 (한국을 환영해!)
물고기, 꽃 만들기 (숟가락과 삽으로 이런 발상이 가능하다니)
정원 놀이하기 (힐링힐링)
튼튼함을 독특하게 실험하기 (자가용 동원)
모래놀이 장난감에 아이스크림과 베리 담아먹기 (콘 먹을 뻔)
그리고, 낙서하기.
일러스트레이터들과 협업도 하고, 제품에 낙서를 권장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라, 밀키베이비도 흔적을 남기고 왔어요. 미팅 자리에서 슈필스타빌의 시그니처 제품에 매직으로 라이브 드로잉^^
찰나의 순간들을 담아야 하는 것들은 미처 사진으로 담지 못해서, 이 곳에서의 활동들을 동영상에 담았어요. 영상에는 1. 창의적인 슈필스타빌의 아트놀이법 하이라이트 2. 하이델베르크 성에서의 미션! 3. 하이델베르크 칼 테오도르 다리에서 크루즈 디너! 가 포함되어 있어요!
1. 크리에이터의 눈으로 본 독일의 놀이, 그리고 장난감
3. 원목 장난감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독일
그림작가 김우영
밀키베이비라는 필명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카카오 UX 디자이너이자 밀키의 엄마.<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을 출간하고, 전시와 아트워크숍을 종종 연다.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