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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Sep 13. 2019

원목 장난감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독일

밀키베이비 독일 장난감 여행

하바의 원목 장난감을 만드는 공장 전경 ©️김우영


하바라는 회사는...


80년 전, 맥주공장을 개조해서 공장을 설립한 하바는 지금 3대를 거쳐 고퀄리티의 원목 장난감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예요. 패밀리 비즈니스로 운영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족 경영’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살짝 떠올렸는데, 실은 이유가 있다고 해요. 하바 마을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의 사람들은 대대로 하바에서 일해왔고, 이 지역의 취업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 경영을 한다고 해요. 직원들이 이런 경영의 형태에 대해 동의하고, 공감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김우영



하바 공장 견학과 직원 식당에서 밥 먹기


기계공학이 발달한 독일의 공장에서 제가 기대한 모습은  기계가 돌아가는 자동화된 공장이었죠. 하지만 이 장난감 공장에서는 기계가 나무를 자르면 사람이 다시 다듬고, 색을 칠하는 등 여전히 인간의 손을 많이 타는 공정을 거치고 있었어요.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예를 들면 마무리 과정에서 아이들이 나무결의 촉감을 느끼게끔, ‘적당한 매끄러움’ 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이 나무와 나무를 비벼 사포질을 하는 식으로요. 그런 공장 내부는 톱밥이 날리기는 커녕 도구 하나하나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어요.



저는 하바의 직원에게 이 많은 원목을 조달하려면 숲이 파괴될텐데, 숲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았어요. 하바에서는 나무를 벤 만큼, 다시 심는다고 해요. 나무가 자라는데 20여년이 걸리지만, 선순환을 위해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다고 해요. 전 하바의 장난감이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해서 도정을 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숲의 재생을 위한 노력이나 공장 주변을 정원으로 만들어 직원들이 산책하고, 동심을 느끼게 만든다는 사실은 직접 가보고 안 사실이에요.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여성 직원들이 눈에 자주 띄었고 역대 임원진들도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이 놀라웠어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구나 싶었죠. 환경과 직원들의 복지를 다각도로 생각하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 하바 본사에서 먹은 직원 점심은 더 푸짐하고 건강하게 느껴졌어요.






하바 캐릭터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 일러스트  ©️김우영


하바 디자인팀과의 만남


하바 본사에서 26년간 재직중인 디자인 팀장님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무드 보드에 가득한  일러스트를 직접 그리고, 신제품 인형과 장난감을 디자인하는 중이셨죠. 애정을 담아 스케치를 소개하고, 피규어의 목업을 만들고,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시제품인 장난감 카트를 보여주시는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

특히 하바에서는 판매만을 위해 제품을 만들지 않도록 디자인팀의 독립성을 존중해 준다는 철학이 있다고 하는데, 이 점이 깊이 공감갔어요. 영업의 압박에 제품의 퀄리티를 놓치는 수많은 기업들의 우를 떠올려보면 이를 지키는 뚝심은 인정할만한 것이죠. 저는 이 팀장님에 비하면 겨우 9년 경력의 쪼랩 디자이너이지만, 아트와 기술의 밸런스를 맞춰 디자인을 해야하는 고민을 듣고  동질감이 느껴졌어요. 20년 후 아트분야에서 일하는 제 모습도 저렇게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여겨졌죠.






엄마 펭귄과 아기 펭귄이 다리를 건너는 귀여운 하바의 보드게임 ©️김우영


하바 상품 기획 회의? 보드게임으로 놀기


제가 하바 제품중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바로 보드게임이에요. ‘게임은 재미 속에서 배움을 찾게 하고, 이야기를 통해 지식과 일상을 연결한다’는 기획의 발상이 제 마음에 꽂혔기 때문인데요. (Games bring the learning into the fun and connect knowlege and daily life with story.)


연령별로 만들어진 보드게임을 잘 이용해서 놀면, 나이에 맞는 도전과 실패의 경험, 이기고 지는 것을 통해 사회적, 감정적 기술 기르는 것이 가능해요. 제가 밀키에게 알려주고 싶은 삶의 기술들이 함축적으로 들어있죠.


하바의 보드게임을 기획하는 설명을 듣고, 직접 테스트하는 과정은 무척 흥미로웠어요. 하바의 직원들은 베스트셀러 보드게임과 신제품을 다양하게 가지고 와서 다같이 놀이를 시작했어요. 어떤 점이 재미있고, 어려운지에 대한 제 의견을 경청했어요.


하바는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받고 실제 보드게임 상품으로 개발이 되면 판매 수익을 쉐어를 하는 회사에요. 이렇게 선순환되는 게임 개발에 공을 들이는 덕택인지, 보드게임들은 정말 재미있었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였어요.




©️김우영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보드게임들  (영상에 담았어요.)

1. 과수원 까마귀 - 까마귀가 따먹기전에 원목으로 만든 과일들을 바구니에 넣어야하는, 역사가 오래된 보드게임이예요. 과연, 스테디셀러답게 재미있었죠.


2. 동물 쌓기 - 악어를 피해 동물들의 탑을 쌓으면서 순서를 기억해내는 메모리 게임이에요. 밀키가 자주하는 들고와서 저와 하자고 하는 보드게임.


3. 드래곤 타워 -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해야 하는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요. 악당인 드래곤 태엽 인형이 카운트를 세며 줄을 당기기 때문에 스릴이 넘쳐요. 실제로 때 가장 인기가 많았죠.




직접 쌓아본 디지털 스타터 : 코딩 아키텍쳐 키트 ©️김우영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하바


아날로그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을 한다고 하기에, 어떻게 할지 궁금했어요. 하바에서는 원목 교구를 이용해 코딩의 베이직을 배우는 디지털 스타터부터, 디지털 워크숍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먼저 코딩의 기본을 배우는 활동으로, xyz 축의 규칙으로 블록을 쌓아보는 게임을 제가 직접 해봤어요. Ux디자이너라 html과 아두이노 정도만 다루는 수준이지만, 이런 언플러그드 코딩은 흥미로웠어요. 여타의 보드게임과는 다르게 스릴이나 승패는 없었지만 퍼즐을 맞추는 느낌으로 할 수 있는 놀이었어요.


하바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워크숍은 5-12세의 어린이들이 프로그래밍, 로봇 제작, 3D 프린팅 실험,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 등을 배우는 프로그램이에요. 벌써 독일의 전역에서 캠프처럼 운영되고 있었죠.


먼저 아날로그 그룹 게임으로 시작해요. 예를 들면 로봇 상자를 만들어서 머리에 쓰고, 로봇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로봇을 조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먼저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갖죠. 이후 태블릿을 이용해서 간단한 프로그래밍 퍼즐을 풀고, 마인크래프트로 코딩을 해보며 ‘나도 뭔가 만들어보았다’는 자신감을 얻는다고 해요. 이  교육 과정은 독일 대학 협력으로 과학 교수, 유아교육 교수들이 함께 설계했다고 해요. 재미와 교육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고, 한국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끝으로.

디지털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이런 시대일수록 인간적인 교육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첨단 기술과 유행은 계속 바뀌니, 결국 인간적인 능력이 가장 필요한 시대이죠. 교과서가 아닌 유튜브로 지식을 얻고 경험으로 터득하는 세대에게는 다른 문화와 생각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공감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해요.


이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어릴적 놀이 습관에서 길러질 수 있다고 믿어요. 하바의 디지털 워크숍에서 문제 해결 능력이 자라나는 순간은 ‘무엇이 안될 때’ 부터라고 해요. 놀이를 하다가  왜 안되는지 옆사람과 같이 알아보고,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고 다른 방법을 찾으며 생각의 폭을 확장시키기 시작하는 것이죠.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놀이를 놀이답게 도와주는 도구는 그래서 조금 더 세심하게 기획하고, 설계해야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 균형있게 놀 수 있고 이를 통해 폭넓게 배워나가기 위해서요.

 


하바 본사에서 보드게임 특훈을 받아보았다. | 밀키베이비 독일 장난감 여행



밀키베이비 #독일장난감여행


1. 크리에이터의 눈으로 본 독일의 놀이, 그리고 장난감

2.장수하는 독일 클래식 장난감의 비결


그림작가 김우영

밀키베이비라는 필명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카카오 UX 디자이너이자 밀키의 엄마.<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을 출간하고, 전시와 아트워크숍을 종종 연다.


놀러오세요! 인스타그램 19K @milkybaby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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