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박물관은 1971년에 열었지만 이 안에 있는 8만 7천여 점의 장난감들은 200년 전부터의 장난감과 놀이의 발전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요. 이 많은 컬렉션들을 다 보여줄 수 없어 주기적으로 전시물이 로테이션 된다고 해요. 이 박물관에서 눈여겨볼 것은 역사의 발달과정에 맞춰 장난감도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인데요. 제조업이 폭발적으로 발달한 산업혁명 시기에 만들어진 움직이는 키네틱 장난감뿐 아니라 이차 세계대전의 영향인지 군용 차량, 동양에 대한 호기심이 엿보이는 모형, 영화제작의 초기 기법을 담은 미니 극장 등. 제가 둘러본 독일의 장난감 회사에서 느꼈던, 독일 장난감 특유의 공학적 감성도 진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3층부터 관람을 시작했는데, 여긴 원목 장난감이 테이블마다 정리되어 있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 구역이 마련되어 있었어요. 이 공간을 관리하는 아저씨가 여긴 동네 아이들이 찾아와 키즈카페같이 노는 박물관이라고 소개해 주셨죠. 우오오. 어릴 때부터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디오라마와 빈티지 장난감이라니! 자연스럽게 문화유산이 아이들에게 전수되고, 장난감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독일에 와서 의아했던 것은, 자동차 장난감 하나를 만들더라도 실제 자동차 설계도를 바탕으로 축척을 재서 정밀하게 만들어내는 방식이었어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의문이었는데, 이 장난감 박물관에 와 보니 알겠더라고요.
아주 오래전부터 실제와 똑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치중해서 제작한 장난감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은식기와 부엌 놀이는 너무나 섬세해서 이걸 실제로 가지고 놀았을까 싶을 정도였고 (가지고 놀았다면 실감 나서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손으로 조작하는 인형들은 설계도가 설비 기계의 그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밀했어요. (봐도 모르겠...) 만들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몰라도 굉장한 장인 정신을 가지고 예술품처럼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장난감 박물관이지만, 공예품 박물관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죠.특히 빈티지 일러스트에 관심이 많은 그림작가로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아이템들이 잔뜩 있었어요.
뉘른베르크는 세계적인 장난감 박람회가 열리는 도시예요. 장난감 박물관 1층으로 도달하니 동네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거리가 있는 공간이었죠. 저 또한 빈티지 일러스트를 마음껏 보고, 인간 유희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기존에는 사진, 영상 촬영이 불가했는데, 이제 가능하다고 해요. 2분 30초의 영상에서 뉘른베르크 장난감 박물관 내부 볼거리의 하이라이트가 담겨 있어요.
그림작가 김우영 밀키베이비라는 필명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카카오 UX 디자이너이자 밀키의 엄마. 저서로는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2017>, <우리 엄마 그림이 제일 좋아. 2019 출간 예정> 이 있다. 그림 전시와 아트워크숍을 종종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