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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Jun 15. 2021

햄버거를 먹어보아요

우리 앞으로도 햄벅하자



내 가장 절친한 친구 중 한 명은,

둘째가라면 엉엉 울만큼 서러울 햄버거 덕후이다.


햄버거를 먹지 않고 지나가는 일주일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고, 점심 메뉴가 고민되거나, 저녁 메뉴가 고민될 때 뾰족한 대안이 없다면 언제나 포근한 햄버거의 품에 기꺼이 안기는 사람이다.


햄버거를 먹을 때만큼은 그 어떤 때보다 신중히 맛을 보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평론가라도 되는 것 마냥 이번 햄버거에 대한 나직한 50자 평을 내뱉고는 한다. 물론 50자 평이 나오는 햄버거는 아래와 같이 아쉬운 상황에만 국한된다.


패티가 너무 바싹 익어서 푸석푸석해라거나,

소스가 너무 잔뜩이라 먹기 불편하다거나,

양상추가 이상하게 아삭거린다거나 너무 흐물흐물하다거나,


평소에 다른 건 군말 없이 먹거나, 맛이 없으면 그냥 안 먹고 마는 편인데 이상하게 햄버거에 대해서만큼은 말이 많아진다.



예전에 다낭에 갔을 때 맛있기로 유명한 햄버거집에 갔었는데, 저녁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 하나를 사서 나눠먹자고 제안을 했었다. 둘 다 배가 부른 상태였기에 흔쾌히 하나만 샀고, 숙소에 돌아와서 정답게 반으로 나누어 먹었는데, 비극이 생기고 말았다.

 

여태까지 먹었던 햄버거 중 손에 꼽을 만큼 맛있는 햄버거를 하필이면 그곳에서 만난 친구는 하나만 포장하자고 제안한 나를 원망에 원망에 원망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다시 그곳에 가서 하나씩 사 먹자고 약속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야속한 여행의 묘미이기 때문에, 그 햄버거의 맛은 다시 느껴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종종 나는 원망을 듣곤 한다.


그때 그냥 배가 터질 것 같아도 3개쯤 사는 건데,



나는 햄버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햄버거를 먹을 때면 어딘가 더 만족스러워 보이는 그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게 좋아서, 진지하게 평론하는 그 모습이 재밌어서 기꺼이 햄버거를 먹겠노라고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언젠가 맛있는 햄버거집 사장님이 되고 싶다는 친구에게,

언젠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햄버거를 먹여줄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우리, 앞으로도 함께 햄벅하자.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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