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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Jun 24. 2021

나의 모닝 루틴과 애착 거울

거친 하루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응원



루틴이라는 단어에 대해 유달리 접할일이 많아진 요즘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짧은 시간 독서하기, 감사일기 쓰기, 스트레칭 하기, 커피 한 잔 마시기 등등 저마다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하여 친절하게 보여주는 콘텐츠들도 많다.


나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즉흥적이고 자비로운 스타일이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갑자기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고, 어쩔 땐 일기를 쓰기도 하고, 거의 대부분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이렇다 할 루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오늘 출근길에 퍼뜩 이게 내 루틴이었구나, 하는 포인트가 있었다.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면 바로 커~다란 거울이 하나 있는데, 공사 때문에 그 거울이 사라져 버렸다. 처음에는 "오, 거울이 없어졌네?" 정도였는데, 내가 그 거울에 대한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거울은 오늘도 아낌없이 거칠고 험할 하루로 들어가기 전 내 모습을 보고, 오늘도 힘내라거나 얼굴이 말이 아니네라거나, 오늘은 좀 예쁘네라거나, 진짜 회사 가기 싫다!라는 응원과 칭찬, 우쭈쭈와 한탄의 파트너였던 것이다. 거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새 던전으로 입장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점검하는 소중한 곳이 되어버렸다.


역까지 열심히 걸어와서 계단을 내려가기 전 으쌰 으쌰 의 구간이었던 그곳이 나의 모닝 루틴이었다는 걸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소중한 것은 잃어봐야 그 소중함을 더욱 알게 된다더니, 휑하니 비어버린 거울 자리 앞에서 멈칫하거나 놀랐던 게 여러 날이다. 그 멈칫과 당황과 실망의 경험 속에서 습관을 바꾸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입력값을 의식적으로 바꾸어도, 출력값은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구나.


모닝 루틴이 거울보기라니,

어쨌든 얼른 공사가 끝나서 내 애착 거울이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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