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oe 쏘에 Oct 28. 2020

예고 없이 찾아온 일로 삶이 흔들리는 이에게

애프터 웨딩 인 뉴욕 (바트 프룬디치, 2019)


이자벨은 인도에서 고아원을 운영 중이다. 아이들과 명상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지만, 고아원은 늘 자금난에 허덕이고 아이들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도 제공하기 힘들다. 그때, 뉴욕의 한 사업가에게 거액의 후원을 제안받는다.


그 사업가는 테레사. 스스로 사업을 시작하고 일구고 거대하게 성장시킨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는 후원 사업에 자금지원만 할 뿐, 정작 그 일에는 관심이 없다. 자꾸 이자벨을 뉴욕에 더 머무르도록 유도할 뿐이다. 이자벨은 테레사의 호의를 의심한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이자벨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가게 된다.

그녀는 열여덟 나이에 낳은 아이를 책임질 수 없었다. 키울 수 없다는 판단하에 오스카와 협의하여 입양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그녀에게 큰 아픔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있는 땅을 떠나 인도로 갔을 것이고. 테레사의 가시 돋친 말에서처럼,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버린 죄책감을 덜기 위해, 부모 없는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선택했을는지 모른다. 길에 버려진 한 살짜리 아이 제이를 데려다가 자신의 아이처럼 아끼고 돌보는 것도 그 상처 때문일 것이다.     


영화가 후반부엔,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던 테레사에게 마음이 쏠린다. 테레사의 사람들에게 향한 그 화마저 다 이해가 간다.

테레사는 이자벨의 아이 그레이스를 잘 키워서 결혼도 시켰다. 그레이스는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알고 그녀 역시 엄마를 많이 사랑한다. 테레사에겐 그레이스 말고도 아직 손길이 많이 필요한 8살 난 남자 쌍둥이도 있다. 그러나 테레사는 곧 그 아이들을 떠나야 한다. 전혀 떠나고 싶지 않지만, 죽음이 갈라놓으니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아이를 버리려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이자벨도 테레사와 이유는 다르나 무너지는 심장은 같았을 것이다. 그것을 테레사는 안다. 그리고 이자벨에게 자신이 아끼던 둥지를 맡기려 한다.

그 마음이 어땠을까....


테레사는 아낌없이 주고, 사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이자벨이 그것을 대신해줄 것이다.

사랑은 되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을 받은 사람은 사랑을 주게 되어있다. 준 사람은 받게 되어있고. 그 대상이 꼭 쌍방은 아닐 수 있지만.

      



이전 08화 서로의 응원이 필요한 커플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