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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Feb 02. 2022

눈 오는 날, 겨울의 맛을 느끼다

설날 아침


전날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아침 일찍 시댁으로 가야 해서 잠시 갈등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못하고 새벽 산행에 나섰다. 눈 오는 날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내린 눈으로 하얗게 변한 세상을 맞이하는 것도 좋았다.



눈 오는 날, 겨울의 맛이 제대로 난다. 새벽시간 해가 뜨지 않았는데도 어둠이 사라진 듯 사방이 하얗다. 나무에 쌓인 눈과 가로등의 조화는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준다. 눈길 위에 잠시 멈춰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아주 오랜만에 맛보는 겨울 분위기다. 쌓일 정도로 내려준 눈이 반갑다.







포기하지 않고 나선 새벽 산행, 오지 않았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아무도 없는 새벽 거리에 눈이 쌓인 모습을 바라보는 내내 기분이 좋다. 차갑게 다가오는 새벽바람이 싫지 않은 이유는 인적 드문 새벽 거리를 걷는 기분과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과정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산행의 기쁨이 있어서이다.








좋은 위치에 자리 잡은 사찰의 모습도 아름답다. 눈 쌓인 모습으로 변하면서 삭막함이 사라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현실적으로 많은 불편함을 안겨주지만 낭만과 설렘을 안겨주며 어른의 마음까지 녹아들게 만드는 것은 눈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눈길을 걷다 보면 우연한 선물을 발견하기도 한다. 나무뿌리에 쌓인 눈은 마치 사랑을 나누며 살라는 듯 하트 모양으로 보이고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짓게 한다.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며 듣는다. 눈길을 걷는 내내 행복하다. 새해 첫날을 황홀하게 맞이하였다.








늘 걷던 길도 새롭다. 이른 새벽에도 벌써 누군가의 발자국이 많다. 깨끗한 눈을 보며 마음도 맑아진다. 일정이 있어 바쁜 마음인데도 자꾸만 발길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으로 담고 있다. 여기도 예쁘고 저기도 예쁘고 눈이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모습에 자꾸만 느려지는 발걸음이다.







눈 오는 날, 겨울의 맛을 느꼈다. 꽤나 많이 내려준 눈은 산길을 걷는 내내 행복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기분 좋게 시작된 새해가 반갑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들마저 만나기 힘든 설 명절이 되어버렸지만, 또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주어지니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새기게 되는 듯하다.



아무 때나 만날 수 있었던 시간에는 알 수 없었던 소중함, 북적거리는 명절 분위기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이 번거롭고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시간마저 그립다.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새겨보게 된다. 변하는 세상에 잘 적응하려면 무엇보다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도 새벽 산행을 실천하며 다짐한다.



연휴 마무리 잘하시고, 한 해 동안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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