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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May 30. 2022

웃음이 피어나는 콩국수

편안해진 일상에 감사하며


이른 여름이 찾아온 듯 낮에는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지난 주말도 여름날처럼 뜨거운 날씨 덕분에 콩국수가 생각났습니다. 시장에 들러 콩물을 사서 시댁으로 갔습니다. 움직임이 편하지 않아 외식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집에서 콩국수를 해 먹기로 했습니다. 국수를 좋아하는 가족입니다. 칼국수, 잔치국수, 콩국수 어떤 국수라도 좋아하지요.



아들이 부모님을 위해 콩국수를 대접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국수를 삶고 얼음까지 얹어서 시원한 콩국수를 완성하기까지 열심히 조수 노릇을 해야 했습니다. 콩국수 한 그릇을 먹기까지 과정을 생각하면 그냥 제가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을 위해 손수 하겠다고 나서는 그 마음이 가상해서 조수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수가 차려졌습니다. 더운 날 얼굴을 마주 보며 콩국수를 먹자니 지난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날이 올까 생각도 못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여름 살아내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느라 가족 모두가 정신없이 보냈던 시간이었습니다. 시아버지에게 한꺼번에 찾아온 여러 가지 질병으로 인해 병원을 드나들며 온 가족이 힘들었던 시간이었지요. 코로나로 인해 병원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더 힘들었던 환경에서 아픈 당사자도, 간호하는 가족들도 힘들었던 시간을 잘 견디고 이겨냈습니다.






콩국수를 드시며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작년에 죽었다' 덕분에 살아서 이렇게 시원하고 맛있는 콩국수를 먹고 있구나, 하십니다.' 그러게요, 잘 견디고 이겨내고 보니 지난 이야기 하며 웃게 되네요'했습니다. 그 말씀을 하시며 지난 시간 겪어낸 과정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하시는듯했습니다. 저 또한, 그 시간들이 스치며 지나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몸이 아프면 당사자가 가장 힘듭니다. 간호하는 사람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본인만큼 힘들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저도 암 진단을 받고 치유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참고 견뎌야 했기에 그 마음을 잘 알고도 남습니다. 그럼에도 본인이 힘든 것은 별거 아니라는 듯, 아버님은 돌봐준 아들 며느리가 고마운 가봅니다.



시원한 콩국수를 드시며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시네요. 이렇게 건강을 회복하시는 모습을 보여줘서 저 또한 엄청나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직도 회복하는 단계이긴 해도 이만큼 회복되어 얼굴 마주 보며 먹고 싶은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고 감사하네요.






건강은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지요. 나는 아프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큰 오산인지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건강하던 몸이 하루아침에 환자가 되면, 회복되기까지 긴 시간을 나락으로 빠지는 듯한 기분을 떨쳐내며 이겨내느라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원하지 않은 일을 맞이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결국 견디며 이겨내고 나니 웃는 날이 찾아오네요. 그러니 어떤 아픔이 찾아오더라도 지지 말고 이겨내야겠습니다.



나이가 들면 아픈 곳이 점점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작은 아픔이라도 크게 와닿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에 가도 눈에 띄게 좋아지지도 않습니다. 아프고 힘들 때 어쩌면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이 더 좋은 치료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힘들 때 함께해 주는 가장 큰 힘, 가족이지요. 늦은 오후, 콩국수 한 그릇에 편안한 웃음이 피어납니다.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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