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르바이트

가끔 전업주부가 되고 싶다

by 단미

학교를 졸업하고 시작된 직장생활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잠깐이라도 알바를 해본 일이 없던 내가 3년 동안 주말 알바를 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또 그런 선택을 하게 될까?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해서 아이들 챙기고 저녁을 준비하는데 남편이 오지 않는다. 퇴근시간은 훨씬 지났고 늦는다는 전화도 없었다.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며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잠시 밖에서 보자고 한다. 집 앞인데 들어오면 될 일을 굳이 밖에서 만나자는 요청에 느낌이 좋지 않았다.


집 앞에 생맥주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의 표정이 어둡다. 무슨 일인지 깊이 고민하는 표정이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다. 뭘까? 평소에 무슨 일을 벌이거나 사고를 치는 사람은 아닌데 도대체 무슨 일이지? 짧은 시간 많은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간단한 안주에 생맥주를 앞에 두고도 입을 열지 못한다. 답답한 내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

".........."

"무슨 일인데?"

".........."


한참을 망설이더니 대답한다.


"나, 직장 그만둘까?"

"왜?"

"그만두고 싶어"

"그래,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


이렇게 간단하게 주고받은 대화를 끝으로 남편은 10년 동안 몸담았던 곳을 미련 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났다. 그날 밤 맥주 한잔에 아주 많은 이야기를 토해내던 남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당시,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은 직장생활에 성실했다. 아직은 젊은 나이였고 앞으로 한참 더 일 할 수 있는 나이였다. 그런데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입 밖으로 냈을 때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스럽게 생각하는 일에 내 생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대기업이라는 안정된 직장에서 받았던 월급만큼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생활이 가능할까, 그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젊은 나이였고 뭘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을 거라는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어찌 보면 경솔한 선택이었고 바보 같은 결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불안한 현실을 선택하는 것을 안타깝게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많이 주는 대기업이라 해도 당사자가 다니기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나와 맞지 않는 곳에서 억지로 살아가야 하는 것도 행복한 일은 아니기에 가장 먼저 당사자의 마음을 존중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남편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하여 직장생활을 마무리했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남들에게 없는 전문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면 새로운 일을 선택하는데 좀 더 수월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퇴사 후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결국, 음식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엄청난 고생을 하면서 준비과정을 거쳐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 시작하는 일 치고 안정적으로 잘 꾸려나갔고 수입도 꽤 좋았다. 여러 명의 직원들과 함께 자리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덕분에 직장 생활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수입이 발생했고 미련 없이 떠난 직장에 대한 아쉬움은 떠올리지 않아도 되었다.


딱, 2년이었다. 좋은 시절은 길게 가지 않았다. 2년을 기점으로 투자를 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어야 하지만, 그때는 그것을 몰랐다. 시간이 지나고 모든 일을 겪은 후에 깨닫게 된 사실이다. 그때부터 나의 알바는 시작되었다.




잘 되는 가게는 그냥 두지 않는다. 주변에 같은 메뉴의 식당이 새로 생기면서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느꼈을 때 바로 또 다른 도전을 했어야 했다. 이미 늦은 일이지만 많이 아쉽다. 많았던 직원이 줄고 주말 아르바이트생은 쓰지 않게 되자 내가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힘든 시기를 도와주자고 시작한 일이 3년이란 세월 동안 이어질 줄 몰랐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며 퇴근 후에는 아이들 챙기고 살림하고, 주말에는 식당에서 알바를 했던 시간은 좋은 경험이기도 했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주말 알바를 시작하면서 나는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었다. 명절에도 영업은 계속되었고 휴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계속된 주말 알바는 식당 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주말에 알바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시댁에서 돌봐주었고 힘들지만 재밌기도 했다. 주방일도 배우고 홀서빙도 배우고 식당의 전반적인 일을 다 경험해본 시간이었다. 비록 주말에만 하는 일이었지만 식당 홀 서빙을 해본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5년 동안 운영했던 식당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처음 반은 잘 되었고 나중 반은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처음에 잘 되었을 때 벌었던 수익은 나중에 힘들 때 투입되었으니 남는 것은 없었다. 숫자로 계산하면 손해는 아니었지만, 몸과 마음이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손실을 봤다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열정으로 시작해서 온몸으로 느끼며 터득한 경험은 돈보다 값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 후, 남편은 식당을 정리하고 오랫동안 묵혀둔 교원자격증을 꺼내 학교로 돌아갔다. 교원자격증을 장롱에 넣어두고 대기업에 들어간 것부터 어울리지 않은 자리였을까? 그렇다 해도 헛된 일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래,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만약, 내가 전업주부였다면 남편은 안정된 직장을 쉽게 그만둘 수 있었을까?

맥주 한잔하며 남편과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