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 지나도 후유증은 남았으니..
가끔 맥주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쌀살해진 날씨에는 퇴근길에 뜨끈한 국물에 소주를 한 잔 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내가 아는 맛과 함께 어우러지며 즐기는 분위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즐거움 뒤에 겪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입니다.
맛있게 매운 닭발도 좋아하고 알싸하게 매운 주꾸미도 좋아합니다. 매워서 서비스로 준 쿨피스를 마시면서 그 매운맛을 즐겼으나, 지금은 생각으로 먹습니다. 먹고 나면 몸이 힘들어지니까요.
좋아하는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여지없이 꾸르륵 소리 요란합니다. 점심시간에 얼큰한 김치찌개를 먹고 나면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화장실을 다녀와야 합니다. 맥주나 소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변실금을 유발하는 설사를 하게 됩니다. 조금만 과식해도 뿡뿡거리는 방귀도 여전합니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행동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대장암 수술을 한 부분이 직장이어서 더 예민한 후유증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짐작해봅니다. 마치 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반응하는 후유증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직장의 기능이 사라졌기 때문에 더 민감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거 같습니다.
대장의 맨 마지막에 위치한 직장은 대변으로 나가기 전 음식물을 보관하는 역할을 합니다. 보관장소가 줄어들었으니 많은 양을 보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합니다. 위는 지극히 정상이어서 배불리 먹으라고 아우성이지만, 배불리 먹으면 직장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먹다가 비우러 화장실을 가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가끔은 비참한 기분이 되기도 하더라지요.
대장암 수술을 잘 마치고 후유증을 겪게 되면서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약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분명히 나도 그럴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났어도 불편한 후유증은 여전합니다. 꾸르륵거리고 설사를 하고 뿡뿡거리며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는 불편함..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절제하는 수술을 하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쉽게도 직장은 한번 절제하면 그 기능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절제된 대장의 길이가 늘어나지도 않고 사라진 기능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평생 절제된 기능을 상실한 채로 몸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밥 한 공기를 먹지 못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행복한 시간입니다. 비록 불편함이 따르지만 먹고자 하면 먹을 수 있으니까요. 맛있게 먹고 불편함은 해소하면 되는 거지요. 대장의 활동을 자극하여 꾸르를 소리를 내고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경우를 만들지 않으려고 애쓰면 견딜만합니다.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고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 먹지 않고 가끔 술이 당기더라도 술 대신 물을 마시며 분위기를 즐기면 됩니다. 대장암을 진단받기 전과 비교하면 즐거움과 재미가 대폭 줄어서 아쉽지만, 다른 재미를 찾으면 되는 거잖아요. 세상은 넓고 즐길거리는 많으니까요.
먹지 못하고 집에서 먼 곳은 나들이도 하기 힘들었던 생활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양호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계절마다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도 할 수 있으니 대장암 후유증이 있다고 해서 못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약간의 불편함이 따를 뿐이지요.
아프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암은 내게로 찾아왔고 다행히 수술을 할 수 있어서 치료도 잘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후유증이 남는 수술이 잘 된 것인가? 의문이 들지만 잘되었다고 하니 그런 거겠지요.
이만하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1기여서 항암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혈변으로 인해 조기에 발견되어 치료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다만, 아프기 전 모습과 비교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이미 아픈 몸이 되었으니 현재의 몸이 지금의 내가 된 것이지요. 불편은 계속되어도 살아갈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