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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Sep 04. 2024

느긋함인지 너그러움인지 편안해지더라


이유야 어쨌건, 흔히 말하는 삐지는 일을 아주 싫어한다. 어지간해서는 삐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삐지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잘 삐지는 사람이 있다. 한번 삐지면 한 달이 넘어도 풀리지 않아서 나중에는 무엇 때문에 기분이 언짢아진 것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부딪히는 일을 받아들이는 것도 달라서 누구는 아무렇지 않은 일도 누군가는 꽁하고 삐지게 만들기도 한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못마땅한 행동이 거슬린다면 말을 하면 이해 못 할 일이 있을까? 왜 말하지 않고 삐지는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모든 사람이 다 똑같지는 않으니 어쩌랴.


나이 들고 보니, 이해할 수 없었던 그런 성향마저도 이해하게 되더라.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나와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성격이 변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젊은 시절을 떠올려보면 삐지는 상대를 대하는 일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상대를 대하는 나도 그렇지만, 삐지 사람도 젊은 시절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예전 같으면 삐질상황이 되고도 남음에도 잠시 언짢아할지언정,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 날이 많더라. 누군가 삐지면 괜히 답답해서 감정소비를 해야 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면 그마저도 상대를 대하는 열정이 아니었을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성격이 무뎌지고 느긋해져서 꽁한 일이 덜한 것인지, 너그러움이 커져서 꽁한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이 넓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삐지는 사람도 그것을 견뎌야 하는 사람도 예전만큼 무겁고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는 일이 드물다. 


나이 들어 고집만 늘어간다면 누가 좋아할 것이며, 내 말이 맞다고 내 주장만 내세우면 그 또한 환영받지 못할 테지. 욱하는 감정이나 꽁한 마음은 어지간하면 내세우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느긋함인지 너그러움인지, 젊은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마음이 있다. 내 마음을 다스리고 상대를 다루는 노련함은 분명 나이 들수록 더 빛나지 않을까? 나이 들어 무뎌진 감정이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그만큼 성숙해진 것이고, 갈등해결에 있어서도 이성적으로 현명한 대처가 가능한 것이겠지. 나이와 함께 찾아온 감정의 편안함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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