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리하는 거 싫어하는 줄 알았다.
난, 정리 정돈하는 거 못하는 줄 알았다.
난, 집안 꾸미는 거 전혀 관심 없는 줄 알았다.
난, 난, 난....................
난 그런 줄 알고 살았다.
퇴근하면 특별히 할 일이 따로 없다. 저녁 먹고 쉬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시간 되면 잠을 청한다. 이런 날 이런 시간을 보내게 될 줄 몰랐으니, 남는 시간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직장 생활하며 아이들 챙기며 살았던 시간 동안 퇴근은 또 다른 출근이기도 했다. 집에 도착하면 잠들기 전까지 쉴 수 있는 여유는 없었고, 해야 할 일을 다하지 못한 채 피곤에 절어 잠들기 일쑤였다.
아이들이 다 성장하고 나니, 남의 시간을 쓰는 것처럼 낮선시간이 주어졌다. 나이 들면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꼼꼼히 살폈더라면 정신없이 보낸 젊은 날이 좀 달라졌을까?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빼서 무언가 준비를 했을까? 아마도, 전혀 그러진 못했을 거 같다. 삶은 현실이니까.
요즘, 남는 시간을 사용할 겸 새롭게 관심을 갖는 일이 생겼다. 바로 집안 정리정돈이다. 사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만 하고 살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집안살림이었다. 꼼꼼하게 반듯하게 각 잡고 정리하는 것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은 따로 있고 난 그런 것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다.
그랬던 내가, 요즘 정리의 맛에 푹 빠졌다. 집안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정도로 눈에 띄게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스스로 느끼는 뭔가 정리된 기분이라니, 집안에 들어설 때 전해지는 그 맛이 있어 기분 좋다.
주방 상하부장을 열었을 때 단정해진 모습을 보며 한번 웃고, 화장실을 보며 정리된 모습에 기분 좋고, 출근길 옷장을 열어볼 때, 잠들기 전 이불을 꺼내며 가지런한 모습에 머리가 말끔해지는 느낌이 좋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깔끔한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으면 그 시간, 그 모습에 꽤 괜찮은 기분이 든다.
요리를 못해 쩔쩔매던 지난 시간은 요리가 싫다고 오해할 만큼, 요리를 제대로 배워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정리정돈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우선순위에 신경 쓰느라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던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깔끔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바라는 것일 텐데, 워킹맘으로 살면서도 똑 부러지게 요리며 정리며 다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며 그러지 못한 것에 속상되고 자책했던 시간도 많았다.
무관심이었는지, 더 큰 관심에 밀렸던지 이유가 무엇이든지 잘 해내지 못한 것은 못해서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요즘이다.
요리하며 즐거워하고, 집안을 정리하며 뿌듯해하고 기분 좋아하는 나를 보며 이 또한 젊은 날에 느껴보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제야 나를 알고 내가 보이다니.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인 건가? 나이 드니 내가 보이더라. 나,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