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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Sep 25. 2024

조심조심 무리하지 않게 되더라

나이 들었다는 느낌은 어느 순간 확~ 다가왔다. 그중 크게 실감한 것은 멀티가 되지 않았을 때였다. 1년 전만 해도 모든 일에 멀티가 가능했다. 직장에서 일하며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일은 일상이었다.


전화받으면서 서류처리하고, 서류 보면서 메신저로 대화하고, 대화하면서 pc작업을 진행하고 한 손에는 일반전화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두 가지 일을 당연스럽게 했었던 일상이었다. 그 모든 것이 어느 순간 삐끗하며 멈춘 듯이 한 번에 두 가지 이상 일을 하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 때, 아~ 나이 먹어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몸과 머리가 과부하가 걸릴 만큼 무리하던 시절에 비하면 나이 들었다고 느끼면서 변한 일상은 한가롭고 여유롭기까지 한다.


지금도, 예전처럼 하려고 하면 못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버겁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몸과 마음에 무리가 간다는 것일 테니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음이다.


조심조심 무리하지 않고도 하던 일을 다 해내는 일상이라면 굳이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 가만히 생각하면 빨리 모든 것을 해내려는 욕심을 늘 안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지.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듯이 급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지, 그것 또한 젊음이 주는 열정이었을까?  


여유로울 만큼, 조금 천천히 가도 해야 할 업무를 모두 처리하고 일상을 유지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은 나이 들었다고 느끼게 되면서부터다. 생각으로 알고 있어도 행동으로 하지 못했던 젊은 날에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무리 일상을 유지하느라 열심이었다.


이제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이라면 조심조심하게 된다. 무리하지 않고 좀 천천히 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자리 잡기도 했다.


나이 들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은 짧은 순간 씁쓸함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나이 듦이 일상으로 스며들면서 오히려 안정된 여유가 찾아오고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조심하는 마음이 생기더라. 무리하지 않고 나에게 맞는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나를 위하고 주변사람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해야 할 일도, 좋아하는 일도 나에게 맞게 조심조심 무리하지 않는 일상은 차분함을 선물하기도 한다. 앞서가는 마음을 따라가기보다 몸에 맞추어 무리 없이 조심하면서 사는 것, 이 또한 나이 들면서 실천하게 되는 일 중 하나가 되었다. 천천히 가는 일상, 그것도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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