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눈이 감기지 않습니다. 잠시 눈을 뜨고 있으면 눈물이 반쯤 차올라 그렁그렁해지다가 흘러내립니다.
마취에서 풀리기 시작하듯, 혀 끝은 얼얼한 느낌으로 미각이 둔합니다.
아직도 음식 깨물기가 되지 않고 입안에서 이쪽저쪽으로 옮기는 것이 되지 않습니다.
입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왜 화가 날까?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안면마비가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일입니다.얼마나 건방지고 오만한 생각인지, 누군가 나를 보며 비웃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왜 난 아닐 거라고 단정 짓듯 살았을까요.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건강을 자만하며 살았으니 당연한 결과인가요? 한 번 크게 아팠으니 더 잘 관리했어야 합니다. 한 번 아프면 또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지요.누구도 탓할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압니다.
그래서 화가 납니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나고, 걱정해주고 염려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상태를 말해야 하는 것이 속상합니다.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들이 무슨 죄라고 눈치를 보게 하는지, 아주 못됐습니다.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아 회복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도 화가 나고순간순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미칠 듯이 화가 납니다.
견뎌야 하겠지요.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려야 하고흐르는 시간만큼 후유증 없이 좋아지기를 바라면서 참아야 하겠지요.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요?
나름 착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 애썼고 베풀면서 산다고 생각했어요.
못된 사람들은 잘도 살더구먼, 난 왜 이모양일까요. 착하게 살아서 이 정도인 걸까요? 이런 생각으로 감사해야 하는 걸까요? 누구한테라도 묻고 싶어 지는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안면마비 15일째.. 그럼에도 여전히 출근해서 열심히 일합니다. 마스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감기지 않는 한쪽 눈이 눈물이 났다가 다시 뻑뻑해지기를 반복합니다. 불편한 눈으로 하루를 보내고 쉬고자 하는데 또 눈물이 반쯤 차올라 그렁그렁해지더군요.
그렇다고 우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순간 화가 나서 혼자 욱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 겪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나이 들어가면서 어디 한 곳 아프지 않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마는, 저만 그런 거 같아 괜히 억울한 마음도 들고 답답해지기도 하더라죠.
제 몸 단속을 못해 생긴 일을 가지고 괜히 성질을 못 참고하루 종일 참았던 불편함이 스스로에게 화내는 것으로 터진 것 같습니다. 반쯤 차오른 눈물을 핑계 삼아 털어낸 속풀이인 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