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예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예 Jan 05. 2023

내 주위에도 생겼으면.

진저캣의 일기

마음이 고요한 날,

눈앞에 마침 종이가 있고 색연필이 있어서

그림을 그렸다.

나는 다정하고 따뜻한 걸 좋아한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에도 그런 마음을 담아서 그리게 된다. 마치 그런 일이 내게 많이 생기길 바라는 주문처럼.

최근에 나가게 된 독서모임에서 글씨만으로 책갈피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 때 나는 마침 그려놓은 이 그림들을 넣어서 만들었다.

인쇄비만 모임장에게 받아서 직접 디자인을 하고 출력소에 맡긴 뒤, 집에 배달된 책갈피들을 조심조심 열었다. 14장을 주문했는데 사장님이 서비스로 더 주셔서 스무 장의 책갈피가 왔다. 펀칭기로 구멍을 뚫고 두 가지 색의 끈을 대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 오버야, 오버...‘

나는 사소한  일에도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담는 내가 좀 싫었다. 바보같이 느껴졌다.

나는 그런 사람인가 보다. 적당히 요령 있게 하고, 적절하게 생색낼 줄 모르는 곰 같은 미련함을 지닌 사람.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내 주위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충만해지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