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일상
이 복잡한 마음을 어떻게 붙잡아야 할까.
서운함, 분함, 슬픔, 서러움 등이 한데 뭉쳐져 마음속에서 데굴데굴 굴러 다닌다.
그렇게 많은 날을,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울었는데,
끙끙 앓고 구르며 가슴을 치면서도
매끼를 차리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며 일상을 유지하고 푼돈이라도 벌려고 애를 썼는데, 그 많은 날들이 부질없이 느껴진다.
더 지독한 건 되풀이되던 어떤 예감 같은 것.
무언가 끝장나기 전에는 항상 이런 허무함이 가슴에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지진의 전조 증상처럼, 비극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의 복선처럼 말이다.
또 무엇이 끝장나려고 하는 걸까?
신은 나에게 얼마나 더 잔인하려고 하는 걸까?
나는 종종 슬픔의 냄새를 맡았다. 어릴 때에는 패기 있게 난 슬픔에 지지 않을 거야!라고 했는데 이제는.. 이제는 왜 살아야 하나?라는 독백이 늘어간다. 그럼 안에서 무언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든다.
내 친구들은, 사람들은,
우리 어릴 땐 다들 일찍 철이 들었고 부모들은 폭력적이었다고 말한다. 대충 그렇게 과거를 뭉뚱그린다. 그럼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아니지, 그게 아니지.
거친 말과 손길이었어도 자기를 귀여워하는 부모나, 조부모 같은 원가족이 있었고, 그때 받은 사랑이 지금의 너를 살아가게 하고 있는 거지. ‘
내 친구들은, 사람들은 자신을 재생시키는 위대한 유산을 모르고 자기 잘난 덕에 산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 친구들은 그렇다.
재생되지 못하는 날들이면
나는 텅 빈 우물 같은 내면을 물끄러미 보다가 바닥에 고인 물이라도 쓸어 담아보려 애를 쓴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애정과 응원을 두 손으로 쓸어 모아서 내면을 축이고 씩씩함을 상기한다.
와그락 달그락
상반된 감정과 생각들이 데굴데굴 구르며
부딪혀 아프다.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