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시나몬베어
2미터 그리고 48시간 / 유은실 장편소설 / 낮은산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의 친구인 인애 때문에 울다가 웃으며 내 엉덩이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제목과 표지를 봤을 때 무거운 주제를 품은 어두운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했어요. 그런데 아주 빠르고 발랄한 문체였고, 그런 상황애서 어쩜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코믹할 수 있나 싶었어요.
만약 작가가 제 옆에 있었다면 “아휴, 정말 내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해서 너무 얄미워요!” 하며 꼬집었을 것 같아요.
열여덟 살 정음이는 그레이브스병에 걸려서 방사능 요오드 치료를 받게 됩니다. 치료를 받은 후에는 48시간 동안 모든 사람과 2미터의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집까지 사는 것부터 2미터의 거리를 두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뿐 아니라 손바닥만 한 집에서 엄마와 한 방을 쓰는 정음이는 동생과 엄마를 피폭시킬까 봐 두렵고 걱정이 됩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엉뚱한 웃음과 예상 밖의 따스함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손끝에 저는 울고 웃었습니다.
... 그러나 우연 위에 놓인 이 세계에서 삶은 부서지기 쉬운 한 조각의 행운 같은 것이다. 삶은 그 자체로 귀하다. - 아픈 몸을 살다 202쪽
책 끝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유은실 작가님이 아픈 몸을 살다(아서 프랭크 /봄날의 책/2017)‘에서 인용한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다시 한번 가슴이 무너졌어요.
그래요, 우리의 삶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가요!
그럼에도 삶은 그 자체로 귀하다는 말에, 눈물이 왈칵 났어요.
살면서 만났을 인애라는 우정,
어딘가애서 또 우연히 등장할 인애라는 따스함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