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현실을 외면한들...(1)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by 글 노리아


공기는 차지만 따스한 햇살 가득한 겨울날 오후,

길을 걷다 문득 시선 속에 들어온 풍경에 느려지는 발걸음이다. 한겨울 휑한 나뭇가지에 바듯이 매달려 슬쩍 지나는 찬바람에 떨어질 듯 말 듯 바슬바슬 떨고 있는 바싹 마른 잎새가 '어쩌면 지금 내 모습 같지 않을까...'는 생각에 마음이 시려졌다.

버틴 다는 것, 해낸 다는 것, 참 강하고 당당해 보이는 표현이다.

몸도 마음도 최소한의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일 때는 그런 표현조차 버겁고 조심스러워 때론 같은 의미라도 달리 표현을 한다.

'버텨냈다' '참아 냈구나'가 아닌 '잘 참았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냈다' 대신 '잘했네'와 같이 힘을 뺀 단순한 언어로 쓰고 싶고 듣고 싶다.

의욕도 기운도 자신감도 바닥인 상태에서 무엇을 하든지 그것은 해내고 있는 것이고,

힘듦을 애써 참으며 버티고 있는 것임을 알기에 곁에서 그저 들어주고 끄덕이며 다독다독 보듬어 주는 마음이 훨씬 부드러운 위로와 칭찬이 되어 준다.


작년 봄,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에 나는 두 번째 코로나에 걸렸고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의 일 같이 낯선 대상포진을 앓았다. 다행히 증상을 빨리 눈치채고 바로 병원에 가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 비교적 심하게 고생하지 않고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떨어진 체력과 면역력은 지금까지도 나를 수시로 멈추게 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버거웠던 시간의 부피만큼..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삶의 무게에 나는 지쳐있는 것이었다.

나의 힘듦에 무심하거나 무시했기에 결국 몸으로 보내는 적극적인 신호 같아 마음이 몹시 서럽고 애달파졌다.


처음으로,

나 스스로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구나... 힘 들 었 겠 다'

-photo by 글_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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