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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파커 Jul 18. 2022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너를 가장 혐오하게 됐어

조르주 상드의 자전적 연애소설  <그녀와 그>

남장 여인,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쇼팽의 마지막 연인이었고 ‘사랑의 화신’으로 불리던 조르주 상드(1804∼1876). ‘상드의 남자들’ 중 가장 친숙한 이름은 쇼팽이지만, 그는 천재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와 나눈 짧고 격정적인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헤어지고도 오랫동안 프랑스 문단의 ‘스캔들’이었다. 연애 당사자인 두 사람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남겼기 때문이다. 이별 후 2년 만에 뮈세가 ‘세기아의 고백’(문학동네)을 발표했고, 상드는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에야 둘의 사랑을 책으로 낸다. 얼마 전 국내 초역·출간된 ‘그녀와 그’(휴머니스트)다.

무성한 소문이 자라는 동안, 두 책 사이 긴 세월 동안 상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뮈세의 소설보다 훨씬 절제됐으며 사실성 또한 뛰어나다는 상드의 얘기는 왜 이제야 왔을까. ‘그녀’를 앞세운 19세기 연애소설을 마주한 기분은 미묘했고, 상드와 뮈세의 분신인 그녀(테레즈)와 그(로랑)에게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황홀하고 기쁘다가, 아프고 우스꽝스러워졌다. “제게 당신의 마음을 조금만 주세요. 그리고 제 마음을 모두 가지세요.” 확신에 찬 고백은 의심과 불신으로 바뀐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 사랑하지 않아요. 서로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요.” 테레즈와 로랑은 서로 달라 끌렸으나, 결국 그래서 멀어진다. 따라서 상드의 소설은 사랑하면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과 가장 사랑하는 것을 가장 혐오하게 되는, 인간의 이상한 속성을 추체험하게 한다. 그렇다면 상드에게 뮈세와의 연애란 혹시 ‘사랑의 민낯’ 그 자체였던 것일까. 뮈세가 죽고 나서야 공개한 ‘그녀와 그’는 상드의 결론, 절대적 사랑은 불가능하다는 역설일지 모른다.

본능에 사로잡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상드와 뮈세는 점차 괴로워진다. 뮈세는 방탕한 기질을 버리지 못했고, 병에 걸린 뮈세를 돌보던 상드는 의사와 사랑에 빠진다. 둘은 깊은 고통과 상처를 안고 이별한다.


‘세기의 사랑’에 늘 빠지지 않는 둘의 이야기는 여전히 패러디되고 있는데, 누가 더 잘못했는지, 누가 더 힘들었는지를 따질수록 남루해질 뿐이니 관두자. 대신, “소설의 형식을 빌린 사랑의 논쟁서”(소설가 이장욱)인 ‘그녀와 그’를 읽는 게 생산적이다. 이 작가에 따르면 상드는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두 존재를 파괴할 뻔한 치명적인 열정을 설명하고자 시도한다. 혹시 여유가 있다면, 후회와 질투, 그리고 약간의 복수심도 담긴 뮈세의 ‘세기아의 고백’도 함께 보시길. 본디 무슨 일이든 양쪽 말을 다 들어야 한다고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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